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매달 일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소득에 따라 차등 인상하자는 제언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나왔다. 기초연금을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일괄 인상하기보다는 차등 지급 기준을 만들어 하위 계층에 더 주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보편 유형, 소득이나 연금과 비례해 소득이 부족한 노인에게만 지급하는 선별 유형이 있다. 소득 하위 70%에 일괄 지급하는 우리나라는 이 두 유형을 혼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2천200만 명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고, 900만 명 정도가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연금 제도가 미흡해 보편적으로 기초연금을 일괄 지급하는 몇몇 나라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임에도 하위 70%에 일괄 지급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월 30만 원은 어떤 노인에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용돈이고, 어떤 노인에게는 최소한의 생활비도 되지 않는다. 일괄 지급이 일견 공정해 보일지 몰라도 재정 효율성과 거리가 멀고, 노인 빈곤 해소라는 제도 목적에도 부응하지 않는다.
노인 기초연금을 현재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자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고, 정의당도 찬성한다. 더불어민주당은 10만 원 인상과 함께 지급 대상을 현재 소득 하위 70%에서 전체로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주장은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일 뿐 빈곤 노인과 국가 재정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괄 지급으로 정부의 재정 부담은 늘지만 빈곤층 노인들의 생활 개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노인은 전체 노인 인구 중 38%이다. 노인 기초연금 제도가 빈곤 상황을 개선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기초연금이 절실한 저소득 노인을 겨냥해, 액수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초연금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라도 지급 대상자 정비와 액수 차등화가 꼭 필요하다. 일부에서 '형평성'을 이유로 일괄 지급을 주장하지만 노인 기초연금 제도는 형평성보다는 사회안전망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형평성을 이유로 차등화할 수 없다면 기초연금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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