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현직 총리 향한 테러에 일본 국민 ‘이중 충격’

공개된 연설 장소에서 피격 위험 노출 ‘경호 한계’
G7 정상회의 앞두고 경호 체계 강화, 中 안전 의문

15일 오전 11시 30분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을 야기시킨 물체를 던진 20대 남성 기무라 류지가 체포됐다. 연합뉴스
15일 오전 11시 30분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에서 현장 시찰을 마치고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폭발음을 야기시킨 물체를 던진 20대 남성 기무라 류지가 체포됐다. 연합뉴스

전·현직 총리가 선거 유세 활동을 하던 중에 잇따라 테러에 노출되자, 일본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사건 이후 9개월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물 투척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다음달 G7 정상회의를 앞둔 일본 정부는 공공장소에서의 경호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일본 내에서의 국제행사에 관한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일본 국민들은 9개월 사이에 전·현직 총리가 선거 유세 활동을 하던 중에 테러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이중 충격을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해 14일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사이카자키 어시장을 찾았고,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피격 당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세차 나라현 나라시를 방문했다 봉변을 당했다.

일본 경찰은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사고 이후 현장 경비 태세를 강화했다고 했지만, 또다시 유세 현장의 허술한 경호가 도마에 올랐다. 사건 당일에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청중을 대상으로 소지품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시다 총리의 와카야마현 연설 시간과 장소는 이미 14일 자민당 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선거 입후보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설 일정을 올렸다.

반면, 일본 현지 언론들은 유세 현장에 대한 경호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정치인들이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요인 경호 및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경호 경험이 있는 일본의 한 경찰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요인 경호와 경비만 고려한다면, 홈페이지에 일정을 공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용의자 기무라 류지(24)가 폭발물을 던질 당시 기시다 총리와 거리가 10m에 불과했다면서, 유세 현장에서는 경호에 필요한 거리 확보가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해 야마가미는 아베 전 총리에게 총을 발사했을 당시 5m 거리까지 접근했다. 교도통신은 "용의자가 폭발물 이외의 흉기도 준비했던 점으로 미뤄 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총리를 습격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요미우리 신문은 "기무라는 홀로 준비하고 테러를 한 '단독 공격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야마가미도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해 총을 만들어 혼자서 사건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당국은 다음달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호 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안전 개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연구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안전한 나라'라는 신화가 무너졌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양 랴오닝대 일본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고 정치인에 대한 공격은 정상회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과 G7 회원국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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