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국민 10명 중 9명이 강화·유지 원하는 한미동맹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4월의 이슈 중 하나가 한미(韓美)동맹이다.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서 한국 국가안보실 인사들 대화를 도감청한 듯한 내용이 발견됐다.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이럴 수 있느냐는 여론이 분출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核)·미사일·선동 3종 도발을 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북한의 시도는 끝이 없다.

이 시점에서 70주년이 된 한미동맹을 숙고(熟考)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피의 대가라는 사실이다. 6·25전쟁에서 한국과 미국이 흘린 피의 대가다. 국군 13만8천 명이 전사하고 45만 명이 다쳤다. 미군은 5만4천 명이 사망했고 10만 명이 부상했다. 혈맹(血盟)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지명(先見之明)도 언급 안 할 수 없다. 전쟁으로 희생이 커지자 미국은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고 했다. 이승만은 거제도에 수용되어 있던 반공 포로를 석방하는 초강수를 두며 미국의 뜻을 꺾었다.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다.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 세계 최강국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 보장을 받아냈다. 한미동맹의 탄생이었다. 이승만은 "이 조약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후손들은 누대에 걸쳐 갖가지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했다. 미래를 내다본 혜안(慧眼)이었다.

이승만의 예상은 적중(的中)했다.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 확립과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국은 70년 동안 평화 속에서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미동맹으로 북한 김일성의 '남조선 적화'가 무산됐다. 김일성은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갓끈전술'이 대표적이다. 남한 체제를 유지하는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갓끈을 잘라내면 갓(남한)이 날아간다는 전술이다. 북한은 대를 이어 갓끈을 자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안에서 한미동맹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운동권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문재인 정권에서 절정을 이뤘다.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언행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정권이 안 바뀌었다면 한미동맹이 끝장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더욱 유효(有效)하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동맹의 혜택을 받았던 한국이 미국에 혜택을 줄 정도로 위상이 대등해졌다. 반도체 산업이 증명하듯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은 군사 협력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한미 양국이 시너지를 내는 등 한미동맹을 첨단기술·경제동맹으로 확장해야 한다. 양국 모두에 '윈-윈'이라는 점에서 한미동맹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핵보유국 북한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것은 세계에서 가장 억지력을 지닌 한미동맹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만 18세 이상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미동맹에 대해 50.6%가 강화, 44.0%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은 현명하다'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대내외에 천명한다면 방문 목적을 거의 달성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확장·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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