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다시 또 미국인가?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수출 한파가 예사롭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이 1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6%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로써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58억6천만 달러(약 34조2천억 원)로 늘어났다. 지난해 연간 적자 477억8천만 달러의 절반을 이미 훌쩍 넘겨 버렸다. 그나마 원유(-34%), 가스(-3.1%), 석탄(-9.5%) 등 3대 에너지 수입원 모두 줄어들어 무역적자 폭의 확대를 막아준 덕분이다. '수출 1위 품목' 반도체가 39.8% 급감한 17억7천만 달러에 그친 것이 중요 원인이었다. 10대 수출 품목 중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7개의 수출이 줄어들었고,선박(142.1%), 승용차(64.2%), 자동차부품(6.7%)이 선전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국 수출의 급감 현상이 뚜렷하다. 이달 초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26억7천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1.9%나 줄어들었다.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한 대중국 수출은 이번 달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게다가 대중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열흘 동안 중국에서만 11억3천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과거처럼 (중국에서) 흑자가 굉장히 많이 나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중국의 무역 구조가 '자립·내수형'으로 바뀌고 있어 새로운 대책이 요구된다. 특이한 점은 주요 수출국 10곳 중에서 대만(-32.8%), 베트남(-32.6%) 등 7곳의 수출이 역성장한 반면에, 미국으로의 수출은 1년 사이 32.1%가 증가한 30억5천만 달러를 나타냈다.

이달 말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03년 6월(미국 28억 달러 Vs. 중국 26억1천만 달러) 이후 20년 만에 미국으로의 월간 수출액이 중국보다 많게 된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는 20년 역사가 깨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미국의 귀환(歸還)'이 현실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상저하고'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통제를 벗어난 불안정한 에너지 가격이 최대 변수이다. 안이하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 위기 땐 일단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내일과 미래가 있다. 정부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세제 지원, 규제 개혁 등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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