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앙정부, 혁신도시 만들어 놓고 감 놔라 배 놔라 이제 그만하라

임플란트 제조기업으로 잘 알려진 덴티스가 대구 혁신도시에 제조 시설에다 연구소 등을 만들기로 했는데 최근 계획 추진에 걸림돌이 생겼다. 투자계획서에 기숙사 건립이 들어갔는데 국토교통부가 만들어 놓은 해당 부지 지구단위계획에는 기숙사가 입주 불허 시설로 명시된 것이다. 국토부는 주거 시설의 혁신도시 진입을 막기 위해 불허 시설에 공동주택을 넣고 기숙사도 공동주택 범주에 포함시켰다.

큰 투자 유치를 일궈낸 대구시는 기쁨도 잠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숙사는 공동주택과는 성격이 다른 기업 사원복지시설이니 관할 기초 지자체인 동구청과 협의해 일단 입주 계획 승인을 내줬다. 대구시는 향후 논란의 불씨를 없애기 위해 국토부에 관련 규제 완화를 공식 건의했다. 다행히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토부도 '기숙사 규제'를 손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각 혁신도시마다 중앙정부 규제가 너무 많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국 혁신도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하소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매일신문 단독 보도를 통해 조명된 혁신도시의 부동산 양도 가격 제한이 대표적 사례다. 혁신도시 입주 기업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혁신도시 입주 동기 부여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이의 개선을 위해 올 초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을) 대표 발의로 혁신도시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과감한 자치, 그리고 분권을 외치면서 "이제 지방정부의 실력을 믿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왔다. 국무회의급 위상을 확보하겠다면서 개최 횟수를 늘리고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방식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 연장선이다. 그러나 혁신도시만 봐도 아직 대한민국 자치와 분권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권한을 줘야 한다.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중앙정부 주도 상의하달 행정을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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