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60억 챙기고 8억4천 날리고

읍·면·동 의원 재량사업비 60억원 편성해
행복택시, 시민반값 수돗물 실현 예산 싹뚝
도심 곳곳에 '시의원' 공개와 사퇴 현수막

엄재진
엄재진

"자기들 밥그릇은 알뜰히 챙기고, 시민 행복과 지역 발전에 필요한 밥그릇은 걷어 차는게 주민 대표들 맞습니까?"

지난 17일 끝난 안동시의회 제240회 임시회 1차 추가경정예산 의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의회를 향한 뒷 말이 따갑고 매섭다.

정치인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안동시의회가 보여준 행태는 자신들에게 누가 '밥그릇'을 손에 쥐어 주었는지 조차 모르는 한심한 꼴이라는 비난이다.

시민과 지역이 골고루 배부르고 등 따시도록 밥을 꾹꾹담으라며 챙겨준 밥그릇에 정작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 '사업비'만 챙기고, 시민행복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밥(예산)은 발로 차버린(삭감) 꼴이다.

의원들은 이번 추경에서 1인당 지역마다 평균 1억원씩의 '의원 재량사업비'를 요구해 챙겼다. 동지역은 1억원, 읍·면은 1억2천만원, 비례대표는 9천만원씩 편성했다. 줄잡아 60억원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이와달리 의회는 '행복택시 확대운영 시범운영' 예산 8억4천만원, '행정구역통합 공론화추진 관련 주민설명회' 예산 5천만원, 물 산업에 필요한 용역비 15억원은 싹뚝 잘랐다.

특히, 산골 어르신들이 병원이나 장보기 등 도심으로 나올때 편하게, 돈 걱정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통편의 제공 시책이 '불필요한 사업'으로 치부된 것이다.

자신들이 쥐락펴락할 수 있는 밥그릇 60억원을 챙기면서, 산골 어르신들의 발이되어줄 예산을 날린 것을 도무지 어떻게 이해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지어, 애물단지였던 안동·임하댐 물을 활용한 물 산업으로 지역발전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권기창 시장의 공약사업인 '낙동강유역 광역상수도 공급체계 구축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 예산 15억원도 지난해 본예산에 이어 이번 추경에서도 날렸다.

벌써부터 도심에는 '반값 수돗물 가로막은 시의원', '행복택시 운행 반대 시의원', '인사청탁·갑질 시의원' 명단 공개와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의장도 예산 통과를 약속했지만, 결과는 전액 삭감됐다. 소통부재인지, 무슨 연유인지,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라는 공통의 책임성에 대한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 시민들의 따가운 질타를 무섭게 받아 들여야 한다.

안동지역 도심 곳곳에는 이번 의회에서 날라간 예산과 관련된 시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매일신문 D/B
안동지역 도심 곳곳에는 이번 의회에서 날라간 예산과 관련된 시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매일신문 D/B
안동지역 도심 곳곳에는 이번 의회에서 날라간 예산과 관련된 시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매일신문 D/B
안동지역 도심 곳곳에는 이번 의회에서 날라간 예산과 관련된 시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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