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이다. 철옹성같던 삼성 라이온즈의 뒷문이 예전 같지 않다. '끝판 대장'으로 불리던 오승환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삼성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면 뒷문이 탄탄해야 한다. 오승환이 힘이 필요하다.
오승환은 누가 뭐래도 한국 프로야구(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KBO리그에서 373세이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80세이브, 메이저리그(MLB)에서 42세이브 등 통산 495세이브를 기록했다.
그것도 '현역' 마무리 투수다. 불혹을 넘겨 리그 최고령 투수임에도 삼성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몸 관리가 철저한 것은 기본. 패스트볼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자 변화구 구사율을 늘리는 식으로 투구 패턴을 변화시키는 등 꾸준한 노력으로 자리를 지켰다.
지난 시즌 중반 삼성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무려 13연패 수렁에 빠졌다. 결국 지장(智將) 허삼영 감독이 물러났다. 그러한 추락의 한가운데 오승환이 있었다. 구속이 전성기보다 다소 떨어졌다곤 해도 오승환이 그렇게 무너지리라 상상하기 어려웠다.
7월 한 달 7경기에서 오승환의 평규자책점은 12.79에 이르렀다. 세이브는 하나도 건져 올리지 못한 채 2패를 포함, 블론 세이브만 4개였다. 다른 선수도 아닌,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오승환이어서 더욱 믿기 어려운 부진이었고, 팀에 주는 충격은 더 컸다.
오승환은 '돌직구'를 앞세운 '뜬공' 투수였다. 오승환의 강력한 구위에 눌려 타자는 헛스윙을 하거나 공을 맞춰도 플라이 타구에 그치곤 했다. 문제는 구위가 떨어질 경우 외야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가 많아진다는 점. 오승환도 예외가 아니었고, 무너져 내렸다.
그랬던 오승환이 반등했다. 패스트볼의 비중을 줄이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예전보다 더 던졌다. 땅볼을 유도하는 투구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투구 패턴을 바꾸면서 입지를 다시 회복했다. 그렇게 31세이브를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오승환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5경기에 출전해 3세이브(1승 1패)를 기록했으나 이 가운데 4경기에서 실점했다. 평균자책점도 6.35로 좋지 않은 상태다. 피안타율이 0.320,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76으로 높아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구속이 감소한 건 사실. 시속 145㎞를 넘나들던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143㎞ 안팎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진을 극복할 때도 변화구 구사량을 늘리긴 했으나 구속 역시 좀 더 올라왔기에 다시 일어섰다. 이젠 빠른공이 맞아나가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언제까지 오승환에게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믿을맨' 우규민도 30대 후반이다. 선수를 키우든, 데려오든 답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도 야구를 할 거라면 더욱 그렇다. 다른 구단 마무리 투수들의 구속이 140㎞대 후반인 걸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그래도 지금 믿을 건 오승환이다. 그가 다시 한 번 도약해야 삼성도 탄력을 받는다.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트레버 호프만은 어깨 수술 후 패스트볼 구속이 145㎞ 이하로 떨어졌으나 명품 체인지업을 무기로 601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이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갈지 주목된다. 삼성이란 팀을 짊어진 오승환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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