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홍준표는 윤석열 정부 ‘성패의 잣대’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정치학자와 정치인은 '정치'를 업으로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은 같지 않다. 정치학자는 관찰하는 대상 사이에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려고 하며, 그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반대로 정치인은 관찰하는 대상 사이에 서로 '같은 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하며, 그 공통점을 매개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도모한다.

그렇다. 정치학자와 달리 정치인의 직업적 덕목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다수 연합'을 만드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사회적 요구와 이익, 선호를 묶어 내며 그것으로 다수의 정치연합을 구축하여 자신의 포부를 이루려고 한다.

윤석열 정권도 '다수 연합'을 형성하여 권력을 잡았다. '보수 궤멸' 상황에서 국회의원 한 번 한 적 없는 젊은 대표가 당을 일으켜 세웠고, 검찰총장으로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정치 신인이 바람을 몰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그 과정은 기구했다. 윤석열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 홍준표 후보에게 여론조사 환산 득표에서 지고 선거인단 득표에서 이긴 '모양 빠지는' 승리를 했다. 그리고 대선에서는 대혼전 끝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0.73%를 더 받아 신승했다.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힘겹게 가까스로' 이긴 선거였다. 다수 연합을 이루기는 했으나 '모양 빠지고' '힘겹게' 이룬 것이었다.

문제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된 후 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민은 '그가 오만해졌다' 느끼고 있다. 가장 모양 빠지고 힘겹게 다수 연합을 이루어 승리한 그는 지금 다수 연합 따위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요즈음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국정 지지율이 이런 상황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건 아니건 좌불안석이다. 모두 나라 걱정을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설명은 간단하다. 대통령을 당선시켰던 그 아슬아슬한 다수 연합마저 해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이라는 반짝 이벤트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더니 그것이 여의치 않자 곧 판을 접어 버렸다. 그 이후 지금까지 그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거침없이 만들어 가고 있다. 전통시장에 불쑥 나타나서 손을 흔들고 어묵을 먹어도 불통의 낙인은 없어지지 않고 있으며 국가 이익을 자신이 외롭게 정의하였다면서 그것을 '결단'이라는 말로 미화하여도 독선이라는 평가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는 아직도 야당 대표와 국정의 고민을 나눈 적이 없다. 기존 정치인과는 다를 것이라 여기고 새로운 정치의 총아로 그를 찍었던 국민은 지금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이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집권 세력 내부의 동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대통령의 개입이 적나라해졌는데 그 과정과 결과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정치연합을 스스로 부수는 것이었다. 보수정당 회복의 마중물 이준석을 자르고, 보수정당의 지킴이 나경원을 베고, 보수정당 승리에 자신의 정치 자산을 다 쏟았던 안철수를 찔러 주저앉히며 김기현을 대표로 만들었다. 대통령 선거 승리에 힘을 모았던 주요 지도자들이 풀잎처럼 쓰러졌다. 다수 연합은 거품이 되어 흩어졌다. 그뿐이 아니다. 사태는 급기야 국민의힘 지도부가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강이를 발로 차 문밖으로 몰아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김기현 대표는 지도부에 쓴소리하던 홍 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해 버렸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던 정치연합은 이제 풍비박산 상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적이 맞는 말인지, 쓴소리하는 방법이 적절한지, 그의 행동이 국민의힘 안에서 신뢰를 받고 있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아니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홍준표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는 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실패는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를 돌이켜 보라. 자신을 당선시켰던 정치연합을 쪼개고 쪼개어 친박, 찐박 소동까지 벌일 정도로 권력의 품이 좁아졌던 탓에 결국 파국을 맞아 민주당에 정권을 내어주었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 광장에서 만들어진 정치연합의 상징 자산을 널리 나누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에 정권을 빼앗겼다. 다수 연합을 유지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정권의 마지막이 어떤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정치학자는 다른 점을 찾으려고 하지만 정치인은 같은 점을 찾아 일을 도모한다는 말을 다시 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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