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돈이 제일 쉬워”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2021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영길 후보 캠프 측이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국회의원 300만 원, 지역위원장 50만~100만 원, 캠프 실장급 50만 원씩 줬다고 한다. 돈 봉투를 만들고 돌리는 데 깊이 관여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파일은 3만 개이고, 여기에는 '돈이 최고 쉬운 건데…' '(특정지역)에는 줘야 해'라는 말들이 담겨 있다. 그 대화를 듣자면 민주당에는 '돈 푸는 게 최고'라는 DNA가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을 움직이고자 할 때 설명하고 납득시켜 마음의 동기를 유발하기는 어렵다. 가장 쉬운 방법이 돈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돈이 최고 쉽다'는 말이 나왔다. 일을 부탁하며 돈을 주는 사람과 돈을 받고 부탁을 들어 주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큰 이익을 얻을까?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돈을 주는 쪽이 더 큰 이익을 얻는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쉬운 길'을 가면 필연적으로 쇠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은 후세대와 국가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더 내고 덜 받자'는 데 선뜻 호응할 국민은 드물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개혁을 피해 버렸다. 코로나19를 핑계로 재난지원금을 퍼붓고, 세금 퍼부어 만든 일자리로 선거에서 재미를 봤다.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안 올리는 선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빚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았다. 민주당이 고집해 온 양곡법, 노인 기초연금 일괄 인상 등도 모두 '가야 할 길'이 아니라 '돈 푸는 쉬운 길'이다. 덕분에 정권은 좋았겠지만, 나라 재정은 거덜나고, 국민을 지켜줄 제도는 위태로워졌고, 후세대는 등골이 빠지게 생겼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혈(賣血)이 횡행했다. 가난해서 매혈한다지만 피를 팔아 빵을 사 먹는 것은 천하의 바보짓이다. 피 판 돈으로 사 먹는 식사 한두 끼로는 결코 판 만큼의 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피를 팔아 빵 사 먹기를 반복할수록 몸은 망가진다. '돈 푸는 쉬운 길'을 택한 정치인이 야비하고 무책임하다면, 몇 푼에 표를 주는 국민은 피를 팔아 빵을 사 먹는 사람만큼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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