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헌재가 길 터준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무력화 못된 버릇

더불어민주당이 위장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활용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법률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단독 통과시키는 못된 버릇을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학자금상환법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처리하기 위해 위장 탈당한 민 의원을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들인 데 이어 민 의원을 다시 교육위 안건조정위에 밀어넣은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즉 4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손을 잡으면 의결할 수 있는 구조다. 이날 교육위 안건조정위에는 민주당 소속 3명, 국민의힘 소속 2명, 무소속 민형배 의원 1명이 참여했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입법 횡포를 막으려고 여야가 최장 90일간 숙의·토론하도록 만들어 놓은 '숙의 민주주의' 장치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해 검수완박법에 이어 이번에도 학자금상환법 개정안 단독 처리를 위해 민형배 의원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숙의 민주주의'는 허울만 남게 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못된 버릇을 되풀이하는 것을 헌법재판소가 터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에서 "검수완박법을 지난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에서 민 의원 위장 탈당으로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의결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자 헌법 위반"이라면서도 "법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절차적 위법이지만 그런 절차로 만든 법은 유효하다는 모순이다. 특정 정파를 위해 법의 잣대를 구부리는 법치 무력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정을 두고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다수당이 어떤 불법과 편법, 꼼수를 저질러도 된다'는 허가장을 내준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교육위 안건조정위 무력화로 그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민주당의 행태로 보아 숙의 민주주의 파괴는 이번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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