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마케팅도 마케팅이라 우긴다면 요 근래 가장 이름을 널리 알린 대학이 경북대라는 데 이견을 달 이는 없을 것이다. 일명 '경북대 사범대 쓰레기' 사태를 17일부터 20일까지 기사 형태로 노출한 매체는 20곳을 넘었다. 비난은 당시 학교 시설을 이용했던 사범대 학생들에게 쏠렸다. "이러고도 아이들을 가르치느냐"는 공분이었다. 기사를 접한 사범대 학생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었다. 안타깝게도 학생들의 목소리가 실린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던 탓이었다.
실상은 학생들의 태도보다 학교 측의 대비가 충분치 못해 빚어진 참사에 가까워 보였다. 더구나 쓰레기 대란은 사범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학생들은 기숙사인 첨성관, 중앙도서관, 로스쿨, 정문과 가까운 센트럴파크 등도 주말 직후인 월요일이면 사흘간 쌓인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고 입을 모았다. 매주 월요일이면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는데 청소노동자들이 일찍 출근해 치워두니 학교 교직원들이 출근하는 시간대에는 늘 깨끗한 상태라 심각성을 몰랐을 거라는 추측이다.
문제의 사진을 가장 먼저 찍어 사범대 각 학과 단톡방에 배포한 건 사범대학 학생회였다. 사범대 학생회 관계자는 "그동안 학생회 등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일정 부분 치워오다 학생들의 이용이 많은 시험기간 중에 공지를 해야겠다 싶어 17일 오전에 공개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희화화되더니 삽시간에 기사로 퍼지면서 학생들이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진 속 쓰레기는 학생들의 중간고사 기간(17~21일) 직전인 14일 저녁부터 17일 새벽까지 쌓인 것으로 보인다. 24시간 사범대 건물을 개방한 점도 감안해야 하거니와 청소노동자들이 없는 시간대다. 시간으로 따지면 만 60시간에 가깝다.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하루 최소 80명, 많게는 150명의 학생들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학생들은 8층 높이의 사범대 건물 전체를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사범대 16개 학과 중 다른 건물에 있는 체육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을 제외한 10곳이 이 건물에 있는데 2층에 모든 학과의 과방이 몰려 있다. 그리고 2층에 비치된 쓰레기통은 80리터 용량 4개. 평일에도 2개 정도는 꽉 찬다는 게 학생들의 증언이다. 화장실(남자 기준)도 대·소변 각 3칸이 전부. 주말 동안 라면 등 국물이 있는 음식물쓰레기가 이곳에 버려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이 따로 없는 대부분의 학교 학생들의 처리 방식이 이런 식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쓰레기 대란이라는 사달이 난 뒤 쓰레기통 확보 등 학교 측은 방지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한다. 그럼에도 학교 측의 적극적인 행정 부재는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시험기간이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했어야 한다. 오히려 여러 매체가 이 문제를 다루는 동안 학교 측은 해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다소 엉뚱한 언론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경북대의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률이 높다는 보도자료였다.
중등교사 합격자 발표는 지난달 21일 있었다. 한 달이 지난 뒤 배포된 자료는 성동격서의 느낌을 줬다. 학교 측은 "거점국립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며 경북대가 미래 교원의 산실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 사범대 재학생들은 몹쓸 예비교사가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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