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세계토론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거머쥔 디베이팅 챔피언이자 세계 최우수 토론팀인 하버드대 토론팀 코치를 역임한 서보현 작가가 자신만의 생각 훈련법과 말하기 기술을 담은 책을 펴냈다.
그가 처음부터 토론을 잘한 건 아니었다. 8살 때 한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간 지은이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또래 아이들에게 생각을 속시원히 표현하지 못해 괴로웠다. 결국 어떤 논쟁에도 끼어들지 않고, 갈등을 회피하고 침묵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5학년으로 올라갈 무렵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 일어난다. 학교 토론팀에 가입하며, 다른 사람과 정반대인 의견을 말해도 다툼이나 불화로 이어지지 않는 마법 같은 세계를 만난 것. 토론장에서는 상대방이 말할 때 누구도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고, 아무도 폭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건강한 소통에 목말라있던 그는 그 때부터 거침없이 토론의 세계를 탐험해 나간다. 지역 토론대회를 거쳐 세계학생토론대회에 호주 대표로 우승하며 한국인 처음으로 베스트 스피커에 호명되는 쾌거를 이룬다. 이어 하버드대에 4년 전액 장학생으로 조기 입학하고, 세계대학생토론대회에서도 우승을 거둔다.
그에게 토론은 자신을 더 넓은 세상으로, 자신이 과연 속할 수 있을까 막연하게 꿈꾸던 곳으로 데려다준 것이었다. 국내외 정치 상황과 역사, 과학,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의 방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해 당장 자신의 의견을 펼 수 있을 만큼 깊이있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식 탐구에서 그치지 않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연습, 논제 파악과 논증 방법, 수사법 활용까지 그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토론대회 준비 과정은 우리에게 토론의 기본 자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 토론의 힘은 그가 2019년 마주한 인공지능(AI) 시스템 '프로젝트 디베이터'를 마주하면서 드러난다. 토론의 힘은 논리적 유추나 무수한 정보만으로는 안 되는, 서로 눈을 마주하며 부드럽게 공감하고 타협하는 인간적인 공감에 있다는 것.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상대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을 가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토론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44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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