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돌봄청년 간병살인' 후 2년…대구 확인 2명뿐, 서울은 900명 지원

실태조사 허술 여전히 사각지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1년 대구에서 20대 청년이 중병을 앓아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를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홀로 아버지를 간병하며 생활고에 시달려 온 아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영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청년) 간병살인 사건'으로 불렸다.

당시 사건으로 학습과 진로진학, 경제활동과 더불어 돌봄 역할 부담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일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해 2월 가족돌봄청년 지원 대책 방안을 수립하고 그해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중·고등학생 및 만 13~3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총괄한 이 실태조사가 청소년단체, 복지 기관 등과 연계한 단순 설문 방식으로 응답자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한 탓에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청년을 발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이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 실태조사를 통해 밝혀진 대구 가족돌봄청년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당시 복지부는 '가족을 돌보고 있다'며 지원·연계를 요청한 전국 731명(대구 40명)의 정보를 각 지자체에 제공했지만, 대구 각 구청이 가족 구성원, 소득 등을 확인한 결과 2명만이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했다.

정부와 대구시 차원의 지원이나 사후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대구의 가족돌봄청년을 관리하는 한 구청 복지 담당자는 "기초수급자와 연계해 생계급여 등을 지원하는 방식 말고는 별도의 전담 관리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달 19일 가족돌봄청년 900명을 발굴·지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 설문조사에만 의존한 대구시와 달리 자체 실태조사를 병행했다. 가족돌봄청년을 집중 발굴하기 위해 종합병원,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복지사례관리대상자 등지에서 표본을 모집했다.

지난해 10월 '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든 서울시는 해당 조례에 따라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례안 취지는 '2021년 발생한 '대구 청년 간병살인 사건'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간병살인 사건 이후 2년이 지나도록 대구시가 침묵하는 사이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가족돌봄청년 발굴과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선애 대구시 희망복지과장은 "대구시는 전반적인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힘쓰고 있다. 가족돌봄청년에 한정해 실태조사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며 "복지부의 '신복지사각지대 지원사업' 예산으로 편성한 3천만원으로 위기가구 청년들을 위한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