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간판 교체 바람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기업들의 간판 교체 바람이 최근 거세게 불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그 선두에 섰다. 포항에 본사를 둔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올 들어 포스코퓨처엠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 음극재 생산 기업 포스코켐텍과 양극재 생산기업 포스코ESM이 합병하면서 포스코케미칼로 간판을 바꾼 지 4년 만에 이 회사는 또 간판 갈이를 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들 중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이앤씨로, 포스코ICT가 포스코DX로, 포스코O&M이 포스코와이드로, 포스코알텍은 포스코IH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기존의 회사명이 특정 업종만 연상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미래 사업에 대한 변화와 혁신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오래된 기업들도 사명 변경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56년간 써온 이름을 바꾼 롯데제과의 결정은 재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롯데제과는 롯데웰푸드로 사명을 변경했는데 제과 기업이 아닌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쌍용자동차도 KG모빌리티로, 방산 기업인 한화테크윈도 한화비전,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임팩트라는 새 이름을 쓴다.

회사 이름을 바꾼 효과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가 대표적인데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급성장 중인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올 들어 약 70% 넘게 급등(지난 14일 종가 기준)했다. 이차전지 테마주가 워낙 각광을 받고 있는 데다 호재성 공시가 뒷받침해 주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사명 변경 효과가 없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름을 바꾼 포스코DX 역시 올 들어 주가가 2배나 뛰었다.

사명 변경을 꺼리는 기업들도 많다. 자칫 엉뚱한 이름으로 바꿨다가 기존의 위상을 잃어버리고 낯선 회사, 사업 목적이 불분명한 기업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구경북 기업들 중에는 오래된 회사명을 고수하는 사례도 여전히 많다. 동일산업, 조일알미늄, 화성산업, 경창산업 등 클래식한 사명이 적잖은 것이다. 본래 이름을 지닌 채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이들 기업을 보면 간판 교체 효과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경영학자들의 주옥같은 이론이 쏟아지지만 기업 경영의 세계에는 정해진 길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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