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소아과 간판 안 단다” 생존 위해 전문과목 숨기는 의원 늘어

산부인과 등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는 의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운영난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폐과(閉科)를 선언하기도 했다. 환자가 줄고 위험부담이 높은데도 의료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의사 등이 전문과목 간판을 떼고 피부, 성형 등 다른 분야 진료를 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달 29일 "현재 상태로는 소아과 병·의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 소아과 의사들의 수입이 25% 감소했다"며 폐과 선언을 했다. 당장 진료 중인 소아과의 문을 닫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아과 의사 회원들을 위한 다른 진료과목 교육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밝히는 등 소아과 의사들의 이탈이 늘 것임을 시사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대구경북의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가 개원한 의원이 급증했다. 대구의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2012년 194곳에서 2022년 257곳으로 32.5%, 일반의 의원은 같은 기간 71곳에서 100곳으로 40.8% 늘었다. 2022년 경북의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256곳, 일반의 의원은 149곳으로 10년 전보다 76.6%, 2.8% 증가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국내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2018년 5천781곳에서 2022년 6천277곳으로 증가했다.

의료법상 의사에게 진료과목 제한은 없다. 소아과 의사가 '홍길동 피부과 의원'이라고 표시할 수는 없지만, '홍길동 의원'이란 간판을 걸고 피부과 진료를 할 수 있다.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수익성 있는 다른 분야 진료를 하겠다는 의사들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진료 영역이나 특정 전문과목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또 전문 의료 자원의 낭비와 필수 의료 분야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전문과목을 포기하지 않도록 의료수가 조정 등 지원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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