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21)포항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정(情) 품은 우리는 영일만 친구"

명부상 인원만 2800명…정·관계, 재계서 맹활약
김홍철 회장 "장학기금 조성해 동창회 영속성 끌어낼 것"

재경포항고총동창회 축구 소모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재경포항고총동창회 축구 소모임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경동창회 제공
포항고 교표
포항고 교표

개교: 1951년 10월 20일

설립형태: 공립

교훈: 성실(誠實), 자율(自律), 신념(信念)

주요 배출 동문: 허화평(6기)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전 국회의원), 이재준 수원시장(32기),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44기)

소재지: 경북 포항시 북구 아호로 50

70년 넘는 역사를 품은 경북의 전통명문 포항고 재경동창들이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부흥을 노리고 있다. 한 기수에 100명 넘는 인원이 수도권으로 진학한 덕에 동창회 명부에 확인되는 인원만 2천800명가량에 달하는 이들이 다시 뛸 채비를 하고 있다.

김홍철 재경포항고총동창회장(34기)은 "코로나 때문에 동창회에 위기가 왔다. 종종 모이고 소통하고 생사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 연말 회장 이·취임식을 여는 등 임원진 교체를 했고 침체됐던 것을 분위기를 재정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 회장은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장학기금을 만들어 수도권에 진학한 후배들의 첫 대학등록금을 내주자는 구상을 하고 있다"면서 "선·후배들이 뭉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후배들과 재경동창회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에게 재경포항고총동창회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오는 후배들에게 너무나도 자랑하고 싶은 모임이다. 특히 정·관계, 재계에 기라성같은 동문들이 가득하다.

정계의 경우 이진우(1기)·박경석(4기) 전 국회의원, 허화평(6기)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전 국회의원)이 여의도를 주름잡았고 현재는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44기, 포항남구·울릉군)이 국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32기)도 포항고를 나왔다.

관가에서는 최상엽(4기) 전 법무부 장관이 있었고, 한영수(34기) 한국법제연구원장, 이영팔(34기) 경북소방본부장, 윤종진(35기) 국가보훈처 차관, 박대식(41기) 강남경찰서장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재계에도 홍종민(9기) 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회장, 이경수(14회) 코스맥스그룹 회장, 차진영(16회) 성부트레이딩㈜ 회장, 김석회(24기) 보림토건㈜ 회장, 박재천(25기) 코스틸 그룹 회장, 윤구홍(27회) 서울데이타시스템 회장, 장재진(27회) 오리엔트그룹 회장, 권용환(31기) 덕산메덱스 회장 등 '회장님'들이 즐비하다.

젊은 후배들이 사회 곳곳에 남겨진 선배들의 발자취를 보며 용기를 얻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김 회장의 마음이다.

총동창회에는 취미와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소모임도 적잖다. 축구회와 산악회는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증권·금융, 의료, 법조, 벤처기업인 등 직능별 소모임도 조직돼 있다. 연초 신년회와 가을 단합대회(체육대회), 연말 이사회 등 공식행사도 진행된다.

김 회장은 "지난달 산악회 시산제에 갔더니 8기 졸업생 선배님이 나오셔서 전구간을 완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년 넘게 후배들을 챙기며 모임을 지켜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배출된 '현역 국회의원' 김병욱 의원도 재경포항고동창회의 기둥 역할을 한다. 김 회장은 "허화평 선배님 이후 국회의원 배출이 20여년 만인 것 같다. 김 의원이 자리를 잘 잡도록 동문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의원 역시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고 자랑했다.

이들 포항고 출신들은 재경모임에서 노래방에 갈 때면 '영일만 친구'를 교가처럼 부르며 여흥을 즐긴다. '부산 갈매기' 노래는 '포항 갈매기'로 개사되기 일쑤다. 포항고는 갈매기가 교조(敎鳥)라 낯설지 않다.

바다 사나이의 끈끈함과 우직한 정으로 뭉친 이들이지만, 2008년 고교평준화 제도 도입과 인구 감소 등으로 서울 진학 후배 수가 줄어든 건 아쉬운 대목이다.

김 회장은 "시산제 모임에서 참석자 중 50대 중·후반인 제가 막내 축에 들더라"면서 "선배 없는 동창회가 없고, 후배 없는 동창회 또한 없다. 좋은 후배들이 계속 배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장학기금 조성 작업이 중요하다. 김 회장은 "재능있고 똑똑한 후배들이 등록금, 생활비 부담에 서울행을 포기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서울에 가면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고 기댈 언덕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면 공부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겠나. 기금 조성에 재경동창회 많은 분이 동참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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