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트라우마(trauma·마음의 상처)를 끊임없이 곱씹으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지금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다"고 절규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원인론'과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목적론'을 인용(引用)한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은 인간은 과거에 있었던 경험의 희생자로, 그 결과로 일어나는 현재는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관점(觀點)이다. 아들러의 '목적론'은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목적에 합당한 지금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관점이다.
프로이트의 생각은 '인간은 과거에 일어난 트라우마로 현재를 산다'는 의미이고, 아들러의 생각은 '과거에 있었던 트라우마가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으로 현재를 사는 것인데, 즉 인간은 본인이 하고 싶은 목적 또는 마음에 따라 과거 트라우마를 끄집어내어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것은 '어릴 때 대인관계에서 학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프로이트의 원인론이다.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 내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어릴 때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를 꺼내는 것'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과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숙명론(宿命論)에 가까운 반면, 아들러는 현재와 미래에 관심이 있고, 개운론(開運論)에 가깝다.
첫 문단의 질문에 답한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마음 한편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트라우마를 잊고 고통을 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트라우마는 잊는 게 아니다. 삭제되는 것이 아니다. 트라우마는 삭제가 아니라 트라우마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 내가 질문 드린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사셨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
우리는 누구나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아이'가 있다. 그렇다고 성인(成人)이 된 우리가 아직도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아이'의 '트라우마 덫'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 '여섯 살의 나'와 '성인이 된 지금의 나'는 결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트라우마 덫'을 나올 힘이 없는 여섯 살이 아니라, 이제는 그 '트라우마 덫'을 끊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성인이다.
트라우마가 있다면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인이 된 나 스스로 돌봐 주어야 한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잊어버리려 하거나 삭제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주하고 판단하지 말고 수용하자. 마음의 상처가 될 만한 경험은 일어났다. 그러나 그 상처에 머물지, 털고 나갈지는 성인이 된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진료실의 한 장면이다. "그동안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여전히 내가 어른스럽지 못해요. 부모님도 그 당시 당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부모님이 제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삶에 찌든 모습을 제 스스로 상처라고 해석했을 수도 있겠어요." 하염없이 운다. 나는 그에게 티슈를 건넨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뀌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트라우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에 따라 고통이 될 수도 있고 깨우침이 될 수도 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아니라 현재의 자유의지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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