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기시다 총리 등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거나 참배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이날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큰 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신사 제단 좌우에 세우는 비쭈기나무(일본어로 사카키)를 일컫는다.
기시다 총리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춘계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방문해 참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인 2021년 10월과 지난해 4월, 8월, 10월에 각각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지만, 참배를 한 적은 없다.
현직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마지막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과 관련해 "개인 입장에서의 봉납으로 이해하고 있어 정부 견해를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총리가 '내각총리대신'이라는 직함을 붙여 봉납한 것은 그 지위에 있는 개인을 표시하는 경우 관례로 자주 행해지는 것"이라며 "개인 입장의 봉납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87명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집단 참배했다. 참배 모임의 아이사와 이치로 부회장(자민당)은 참배 후 기자회견에서 "후반부 통일지방선거가 막판이지만, 이렇게 많은 국회의원이 와주신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내각 각료 중에서 참배한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나라의 정책을 위해 목숨을 버린 분들의 영령에 존숭(尊崇)의 마음을 담아 애도의 뜻을 바쳤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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