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호텔 예식장 비상계단 틈새로 만 2세 여아가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호텔 측은 추락이 벌어진 예식장 비상계단에 난간 보강 작업을 완료하는 등 각종 사후 조치에 힘썼다.
만 2세 여아의 추락사가 발생하고 일주일이 지난 23일 오후, 사고가 났던 대구 수성구 A 호텔 예식장은 결혼식 등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외부 주차장부터 자리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만석이었고,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로 건물 곳곳이 붐볐다.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다. 기존 난간 살 사이 틈새에 살이 하나씩 더 설치된 것이다. 이전에는 25cm가 넘어 성인 남성의 상체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였던 공간이 15cm 이내로 줄었다. 이젠 어린이의 머리도 통과하기 어려워 보였다.
계단과 계단 사이에는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한 철봉 형태의 구조물이 층층이 설치됐다. 통로 벽면과 바닥에는 보행자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A 호텔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직후 '예식장에 아이를 데리고 방문해도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추후에도 필요한 안전장치가 있다면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 자녀와 함께 예식장을 방문한 부모들은 대다수가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일부만 어린아이와 함께 비상계단을 오르내렸으나 최근의 사고를 인식한 듯, 자녀를 벽 쪽에 둔 뒤 손을 꼭 잡거나, 품에 안고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던 한 어머니는 딸이 난간에 손을 대려 하자 "안 돼, 위험해"라고 소리를 지르며 만류하기도 했다. 두 아이와 함께 결혼식장을 찾았다는 주부 이혜인(39) 씨는 "어린아이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떠올라 너무 불안하다. 지하까지 뻥 뚫린 회전형 계단을 보니 아찔했다"며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긴장이 됐다"고 했다.
자녀와 함께 건물 2층에 입점한 키즈카페를 찾은 변정환(52) 씨는 "관련 보도를 접하고 키즈카페 이용을 망설였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 별수 없이 방문하게 됐다"며 "사고가 난 계단에 보강 조치가 된 것을 봤지만 그보다 계단 군데군데 망을 설치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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