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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포스코 광양 투자에 땅친 포항 "광양 반만큼이라도 했다면…"

경북부 박승혁
경북부 박승혁

포스코그룹이 전남 광양에 10년간 최소 4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투자 계획(매일신문 19일 보도)을 발표하면서 경북 포항은 박탈감에 빠졌다.

새로운 공장부지가 없어서 2차전지에 이어 이번에 더 큰 사업을 광양에 양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리실에서 10개월간 공을 들였다고 밝히면서 그 기간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 등 지역 리더들은 뭘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무능도 이런 무능이 없다"는 게 지역민들의 질타다.

앞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건에서 분명 교훈을 얻었을 터인데 변한 게 없다는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0월 초,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만든다는 얘기가 처음 나오고 이듬해 1월 임시주총에서 해당안건이 통과됐다. 3달이라는 시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포스코 발표 이후 포항시와 경북도는 이를 반발하는 뒷북으로 1년간 포스코홀딩스 본사이전 문제로 대립했다.

2021년은 5투기장 건립 민원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러워, 2022년은 포스코홀딩스 본사 소재지 갈등에 소모전을 치르느라, 정작 포항에 큰 이득이 되는 공장부지 확보는 논의조차 못했으니 시민들 입장에선 얼마나 허탈하겠는가.

무엇보다 아쉬운 건 포항시가 이렇듯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광양시는 그 시간을 정부부처에 찾아가 끊임없이 투자여건 개선을 요구하는데 썼다는 데 있다.

결과는 자명했다. 포스코는 투자처로 땅 많은 광양을 찾았고, 정부도 규제 완화로 이에 힘을 실었다. 현재 상황이라면 앞으로 포스코 투자는 광양으로 더 몰릴 게 뻔하다.

포항시도 생각을 확 바꿔야 한다. 포스코의 모태이자, 다품종 소량생산 등을 통해 국가의 중요한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포항제철소를 재평가해야 한다.

소품종 다량생산으로 수출에 힘을 싣고 있는 광양과 달리 포항은 고품질·고가의 제품을 만드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기에, 투자환경만 개선되면 더욱 발전할 여지가 크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포스코가 '아직 늦지 않았다'며 투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거다. 포항에 공장 부지만 확보되면 수소환원제철소(현재 운영 중인 고로 대체) 건립과 신사업 투자 등을 적극 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시도 24일 정부관계 부처를 찾아 지난 2021년 포스코가 건립허가를 요청한 5투기장 관련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 논의를 시작했다.

포항지역 한 기업인은 "글로벌 철강위기 속에서 포스코를 살린 게 포항제철소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스코도 포항도 제철소를 더 성장시킬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광양 반만큼만 해도'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그냥 넘기지 말고, 정말 그렇게 해야 포항이 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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