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2년 만에 미국 국빈 방문길 오르는 윤 대통령, 어깨가 무겁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24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국빈 방문은 미국 정부가 우방에 제공하는 호의 가운데 최상위에 자리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윤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맞는 국빈이고, 인도·태평양 국가 정상으로는 처음이다. 이런 상황만 봐도 이번 방문의 외교적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국빈 방문답게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이외에도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함께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한미 정상이 스킨십을 통해 돈독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투자 신고식 등의 경제 일정도 줄지어 잡혀 있고 수십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예정돼 있다.

방미길에 오르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그만큼 윤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최우선 과제는 역시 안보다. 윤 대통령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확실한, 그리고 현실적인 확장 억제 조치를 약속받아야 한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 체제를 고수해야 한다면 실효성 있는 미국의 확장 억제 조치를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시절과 맞먹는 보호무역주의를 표방 중인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하는' 숙제도 윤 대통령은 안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한 의무 조항을 부과하는 '반도체지원법', 그리고 우리 자동차업계에 대해 보조금을 주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 무거운 짐을 안고 국빈 방문길에 오르는 윤 대통령은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당도 이번 방미 기간만큼은 정쟁을 자제하는 초당적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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