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국어국문학전공 학생들이 지난달 16일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화원전통시장을 찾았다. 매월 1일과 6일 오일장으로 열리는 화원시장은 1914년을 시작으로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의 전통시장이다. 학생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우리 지역의 말을 조사하고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화원전통시장을 들어서면 '어서오이소'라는 큰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환영합니다'나 '어서오십시오'가 아니라 정겨운 지역의 말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학생들은 "떡 함 보고 가이소"라고 외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 이끌려 떡집에 들어선다. 다양한 떡을 팔고 있는 곳에서 길쭉하고 새하얀 가래떡을 가리키며 얼마인지 묻는다. 아주머니의 "떡가리는 세 개에 2천원입니더"라는 답을 듣고 곧장 되묻는다. "떡가리요?"라고 넘기니 아주머니가 설명한다. "가래떡을 경상도에서는 '떡가리'라고 한다"는 첨언이 따라온다. 학생들은 "'떡가리'는 생소한 표현이었지만 보다 정감이 가고 왠지 가래떡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학생들이 화원전통시장을 둘러보며 들은 지역의 언어는 천지삐까리였다. 이곳에서는 '부추'가 아닌 '정구지'가 통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이었고 ▷'오이'는 '무리' ▷'참외'는 '외' ▷'겉절이'는 '재래기' ▷'다슬기'는 '고디' 등으로 통용됐다. 학생들은 '해깝다(가볍다)'라는 말을 듣고 추측마저 할 수 없을 만큼 뜻을 알 수 없어 당황하기도 했지만 시장에서 접한 생생한 사투리들의 정겹고 다정한 느낌에 흠뻑 빠져들었다. 학생들은 "사투리야말로 지역민들의 정서가 가장 잘 녹아있는 가치 있는 언어일 것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전통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잊혀가는 지역의 사투리를 복원하고 살리기 위해 계명대는 매일신문과 함께 '대구∙경북 사투리 UCC 백일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UCC 백일장은 18일(일)까지 접수가 가능하다. 대구경북의 사투리로 꾸며진 30초 이상 최대 5분 이내의 UCC 영상을 이메일(maeilsaup@daum.net)로 제출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상장과 상금 100만 원을, 우수상 2명에게는 상장과 상금 각 50만 원, 특선 5명에게는 상장과 상금 각 30만 원, 입선 15명에게는 상장과 상금 각10만 원을 시상한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계명대는 지역과 함께 고장의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각종 사투리 연구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그 일환이 매일신문과 공동으로 준비한 '사투리 UCC 백일장'"이라며 "외국 어디에도 '사투리'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는 걸로 안다. 그냥 지역의 언어나 지역 악센트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 언어'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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