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으로 산다.'
어릴 적 어른들께서 주로 하시던 말씀은 이제 더 이상 듣기 힘든 옛말이 됐다. 언제부턴가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말을 당연히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1인당 쌀 소비량은 30년 전 1992년의 112.9㎏의 절반 수준인 56.7㎏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육류 소비량은 쌀 소비량을 추월한 58.4㎏으로 예측됐다.
우리는 이제 하루에 밥 두 그릇도 채 먹지 않고, 쌀은 고기에 주식의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급격한 쌀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76만 톤(t)의 쌀이 생산됐다.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 비축, 시장 격리 등으로 쌀 90여만t을 매입했고, 농협도 2천70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현재 산지 쌀값은 80㎏ 기준 18만 원 아래로 지속 하락 중이다.
이대로라면 급격한 쌀 소비 감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생산과잉이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누군가가 주도해 변화시키지 않는 한 벼 재배 농가에 가장 큰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변화의 몫은 그동안 국민의 밥상을 책임지고 식량안보의 기능을 묵묵히 수행하면서 생산에만 전념해 온 벼 재배 농가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감내하기에 너무도 클 것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고통을 분담하고자 정부가 새롭게 시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논에 벼 이외의 작물 재배 시 보조금 지급)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쌀 산업 구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가 2018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한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은 시행 기간 동안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 듯했으나, 사업 기간 종료 직후 벼 재배면적이 늘면서 가격 폭락에 직면했다.
전략작물직불제가 이러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자체별로 시행 중인 논 타 작물 재배 지원사업과 꾸준히 연계해 참여 농가 소득을 일정 수준 지속적으로 보장해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로 나타나고 있다. 종류별로는 쌀(92.8%)을 제외할 때 나머지 주요 곡물 자급률이 평균 30%가 채 되지 않는다.
쌀 적정 가격을 지지함과 동시에, 식량안보를 위해 벼 생산 위주 농업에서 자급률이 매우 낮은 밀, 콩, 옥수수 등의 다양한 곡물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올해 성공적으로 전략작물직불제를 추진한다면 콩과 조사료 등의 자급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지난해 시장 격리로 들인 약 4천400억 원의 정부 예산도 농업 발전을 위해 좀 더 효율적인 분야에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연구 결과처럼 쌀값이 약 5.2% 상승해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는 정부와 지자체, 농업인 및 관계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해처럼 쌀값 폭락으로 농업인들이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현재 경상북도가 농업 대전환의 하나로 추진하는 대단위의 대체 작물 생산 특구, 스마트팜 특구 조성 추진 사업 또한 전략작물직불제와 시너지를 발휘해 쌀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농 육성을 통해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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