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질 게 터졌다' 대구미술관 소장품 '매화' 위작 의혹 사실로

긍석 김진만 선생 작품…1천만원에 구입 심의위만 거쳐
진위 여부 검증 시스템 없어…서병오 그림 등 4개 3차 감정
“공적 자금 투입되는 일, 엄밀히 검증했어야” 지적

최근 두 차례 감정에서 모두 위작으로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 김진만의
최근 두 차례 감정에서 모두 위작으로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 김진만의 '매화'.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 일부 소장품이 의혹대로 위작으로 확인되자, 미술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년 전부터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위작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대구미술관이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감정에 착수했고, 소장품 수집 과정에서도 진위 여부를 명확히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24일 발표한 감정 결과에 따르면 감정 의뢰기관 2곳 모두에서 최종 위작 판정을 받은 작품은 긍석 김진만 선생의 작품 '매화'다. 위작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작품인 석재 서병오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4개 작품은 1곳에서만 위작으로 결론이 나 대구시가 3차 감정을 검토하고 있다.

김 선생은 대구의 독립운동가이자 문인화가로, 대구 출신 수묵 거장 서 선생의 대표적인 제자로 꼽힌다.

'매화'는 대구미술관이 2017년 개인으로부터 1천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구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절차는 심의위원회만 거친 것이 전부였다.

이후 대구미술관은 관련 절차를 보완하고자 2020년 구입과 기증 작품 모두 작품선정심의위원회와 가치평가심의위원회 등 두 과정을 거치도록 내부 규정을 변경했다. 하지만 작품선정심의위는 수집 여부 결정, 가치평가심의위는 가격의 적정성 정도만 판단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작품의 진위 여부를 전문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은 여전히 없는 셈이다.

대구미술관이 2016년 한 기업인으로부터 기증받아 공개한 이인성의 작품 '연못'이 2004년 1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으로부터 위작 판정을 받은 작품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위작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김태우 시의원은 "지난해 12월쯤 지역 고서화·서예 전문가로부터 일부 작품이 위작으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2021년부터 위작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대구미술관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며 "지역 미술계가 워낙 좁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잘못된 문제가 쉽게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미술연구자는 "해당 작품은 홈페이지에 소장품이 공개된 이후 지속적으로 위작 논란이 제기됐다"며 "대응이 너무 늦지 않았나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역의 한 고미술 전문가는 "대구미술관이 주로 현대미술을 다루다 보니 고서화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져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나 추정된다"며 "시립미술관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곳인 만큼 전문 연구가들을 통해 더욱 엄밀히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했거나 감정서가 있는 작품을 제외한 소장품을 대상으로 향후 진위 여부를 파악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위작 판명 작품에 대해서는 계약금 회수 등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위작 판명이 난 만큼 이번 감사를 통해 강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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