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교적 결례와 무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외교의 수장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포문을 열었다.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玩火者 必自焚). 그는 20일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라면서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방미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양안(兩岸) 긴장에 대해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히자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강한 어조로 공격한 것이다.
이웃나라 정상에게 이처럼 강한 표현으로 협박도 서슴지 않는 것이 전형적인 중국식 전랑 외교다. 이미 우리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협박과 막말을 수도 없이 들은 바 있지만 수위 높은 맞대응은 자제했다. 그래선가 중국의 한국을 대하는 '고압적인' 태도는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을 지경이다.
공격적인 늑대 외교를 펼치는 대표적 '전랑'이 왕이를 대신해 외교부장이 된 친강이다. '전랑 외교'는 시진핑 집권 2기로 들어서면서 '도광양회' 대신 '중국 굴기'를 표방하면서 구사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 전략이다. 중국 역대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전랑'에서 비롯된 것이 전랑 외교인데, 영화 '전랑'은 중국 특수부대 출신 용병 '전랑'이 아프리카에서 테러 집단에 맞서 싸우며 '람보'처럼 인질을 구출한다는 내용으로 미국 대신 중국이 정의의 사도로 나선다는 '국뽕' 설정이다.
"강국 건설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는 시 주석의 2017년 집권 2기 선언이 이 '전랑 외교' 기조였다.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해 당시 왕이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외교관들이 거친 언사를 동원, 압박을 가하던 때가 그때였다. 시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며 왜곡된 역사 인식을 드러낸 것도 2017년이다. 한반도 역대 왕조들이 중국 왕조에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 번도 속국이었던 적은 없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당시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을 수도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장난치면 제 명대로 살지 못한다'고 일갈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불장난' 운운은 대만 문제에 대응하는 중국의 단골 수사(修辭)다. 시 주석은 2022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타이완 문제에 대해 미국이)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
대만해협의 불안정은 단순한 중국의 통일이나 내정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정세를 군사력을 동원해서 변경하려는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서 비롯된 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집권 3기에 접어든 시 주석이 관례를 무시하고 3연임을 강행하는 등 장기 집권의 길을 강행한 명분이 대만 통일이다. 중국이 수시로 대만해협을 봉쇄하는 등 군사적 긴장의 파고를 높이면서 대만 침공을 감행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강대국이 군사력으로 대만과의 통일을 시도하려는 짓이 '불장난'이지 이를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불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시 주석은 간과하고 있다. 집권하는 동안 통일을 명분으로 대만이라는 '불섶'으로 뛰어드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될 시진핑의 불장난이 될 수도 있다.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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