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러와 깐부, 이재명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기자회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아니라, 전체주의 중국과 러시아의 '대변인'을 자처한 것 같은 발언 탓이다. 시빗거리의 빌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과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였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발언 철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다. '전쟁 지역 살인 수출국'이 무슨 염치로 한반도 평화를 요청할 수 있겠냐"고 했다.

참, 무지하고 무책임하다. 우-러 전쟁은 러시아의 침략에서 비롯됐다. 침략자를 규탄하는 것은 국제사회 보편적 윤리의 실천이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등 28국이 '살인 수출국'이란 말인가. 6·25전쟁을 도발한 북한과 중공군에 맞서 싸운 UN 16개국이 살인 수출국이었다는 주장을 이 대표는 하고 싶은 것인가. 윤 대통령은 무기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대규모 민간인 학살 등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명확히 했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지도자로서 당연한 자세이다.

이 대표는 또 "대만 문제를 직설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양국(한-중)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사드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 불개입'을 관철하라고도 했다. 스스로 대한민국을 약소국으로 폄훼하면서 국제사회의 변방을 자처하는 자학(自虐) 행위에 다름 아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이며, 문재인 대통령 때인 2021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반영되어 있다. 당시 중국의 거친 언사와 반발에 대해 민주당은 "원론적 언급"이라고 했다. '문재인의 민주당'과 '이재명의 민주당'은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중국의 경제 보복 운운하며 벌벌 떠는 '사대주의'도 규탄받을 만하다. 우리보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호주, 대만도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다. 발트해 소국 리투아니아조차 중국의 도발에 자주독립국답게 맞선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중국 경제에 대한 영향력 역시 만만찮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 있는 야당 지도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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