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의 송영길 전 대표 칭송 릴레이, 뭘 하자는 것인가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아 위기에 빠진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민주당 인사들이 '역시 큰 그릇' '진짜 정치인' '물욕이 적은 사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가슴이 먹먹하다' 등 칭송을 늘어놓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의 칭송 릴레이는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민주당을 탈당하겠다. 내 주위를 괴롭히지 말라. 즉시 귀국해서 수사받겠다"고 밝힌 후 봇물처럼 쏟아졌다. 자칫 민주당이 침몰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며 "모든 정치적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했으니 민주당으로서는 천만다행일 것이다.

이런 낯 뜨거운 '칭송' 발언들을 보면서 '꼬리 자르기'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꼬리 자르기'는 진보 진영의 오래된 특기다. 민주당은 문제가 터지면 '개인 일탈' '모르는 사람' '친분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해왔다. 하지만 명색 당 대표까지 지낸 송 전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고, 장엄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칭송함으로써 '큰 그릇답게 혼자 모든 책임을 지라'며 업그레이드된 '꼬리 자르기'에 돌입한 것처럼 보인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은 송 캠프 측만의 문제가 아니다.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며 탈당한다고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전임 당 대표로 당의 '머리'였던 인물을 '꼬리'로 만들어 떼 버리면 그만인가. 그런 식이라면 현직 당 대표도 상황에 따라서는 '꼬리'로 잘라 버리고 문제가 마무리됐다고 할 작정인가? 돈 봉투 사건의 전말은 무엇이고, 돈은 어떻게 모아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돈 봉투와 관련된 인물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앞으로 유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 당 전체 쇄신 방안은 없이 송영길 탈당과 개인 책임으로 끝났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은 머리는 없고, 꼬리만 달린 괴물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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