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면서 받는 가장 큰 충격은 문화 충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벌통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안상규 ㈜안상규벌꿀 대표가 24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 1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여왕벌의 레임덕'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제44회 세계양봉대회에서 MVP를 거머쥔 양봉가 안 대표는 여왕벌의 습성을 파악하고 '다수확 벌통'을 개발한 이야기 등을 정치 지도자가 임기 말 권력이 약해지는 지도력 공백 현상 '레임덕'에 비유해 강의로 풀어냈다. 그는 경북적십자사 홍보대사, 기아대책 후원자 리딩그룹 '필란트로피클럽' 회원 등으로도 활동해 왔다.
"올해로 41년째 양봉을 하면서 벌들에게 배운 교훈과 대구 지역사회를 위한 고민을 나누고 싶다"며 입을 뗀 안 대표는 "대구 농민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벌통에서 비싼 꿀이 3일 만에 됫병으로 15병 나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양봉 서적이 국내에 8권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 그 내용을 다 외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양봉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며 "국어, 영어, 수학이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양봉 서적을 찢은 게 27번"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벌 보호를 위해 산림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승만 정부 때 비 피해가 쉽게 나니 사방 공사를 하면서 산에 아카시아 나무 32만헥타르(㏊)를 심었다. 지금은 거의 다 죽고 8만㏊ 남아 있다"면서 "살충제에 가장 취약한 게 벌이다. 그런데 요즘 산에서 (방제할 때)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한다. 겨울에는 한파로 대량 폐사했다. 재앙이다"고 했다.
또 "고속도로 로드킬(동물 교통사고)도 심각하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차량으로 죽는 벌 개체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는 환경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직원들과 로드킬 지도를 그리고 있다. 벌이 다니는 항로가 있는데,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해 과속하면 안 되는 지점에 팻말을 세우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벌은 아주 유익한 곤충이다. 봉독과 면역성 등에 좋은 프로폴리스를 주고, 로열젤리도 준다. 양봉에서 벌꿀은 부산물이다. 사과, 배, 딸기, 오이 등과 같은 식물은 곤충의 꽃가루받이가 없으면 생산이 안 된다. 벌이 없다면 먹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벌통 다수확 방법을 개발해 '신지식인 1호'로 인정받은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꿀 농사를 짓던 중에 '3년 농사를 1년 만에 지어 보자'는 마음으로 다수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 10년이 걸렸다. 이후에는 전국에 특강을 다녔다"며 "김대중 대통령 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을 신지식인으로 인증해 줬는데, 이 일로 신지식인 1호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올해 꿀 1t 수확을 목표로 국회도서관 옥상에 벌통 15통을 설치했는데, 지진 피해로 힘든 상황에 놓인 튀르키예로 꿀을 보낼 계획"이라며 "퍼질수록 더 좋은 물이 생산된다는 옹달샘 원칙을 믿는다. 베푸는 사람이 성공한다. 대구를 위해, 인류를 위해 뿌리면 모든 부와 명예가 저절로 따라온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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