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TK신공항 향한 500만 시·도민 염원 폄훼 멈춰!

박영채 서울취재본부 기자
박영채 서울취재본부 기자

"내가 낸 세금으로 망할 게 뻔한 지방 공항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대구경북(TK)신공항' 사업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안다는 사람은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 일쑤다. 대개 '지방 공항은 당연히 망할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TK신공항 특별법 발의부터 이달 본회의 통과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들에게 TK신공항(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통합 이전)의 필요성 설명에 나선다.

먼저 대구 도심에 위치한 K2 군 공항에서 발생하는 전투기 소음이 얼마나 큰지, 그에 따른 보상금으로 한 해 얼마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지 말한다. 군 공항의 활주로를 빌려 쓰는 대구 민간 공항은 저가항공사의 성장과 함께 항공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도심 안에 있어 확장이 어렵다는 점도 거론한다. TK 지역민이 대구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의 동시 이전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을 더한다. TK에 공항을 하나 더 짓는 게 아니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군 공항 이전을 위해선 이전지 선정이 중요한데, 소멸 위기에 처한 군위와 의성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역 발전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공항 유치에 나선 일, 경북도가 군위군을 대구시에 편입시키면서까지 이전지 선정을 성사시킨 일까지 설명하면 듣는 이들도 으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에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특혜가 담긴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해야 하느냐'는 이의 제기가 나온다. 12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예타조사도 없이 추진해선 곤란하다는 이유다. 이는 가짜 뉴스에 가깝다. 군 공항 이전 사업(11조4천억 원)은 대구시가 군 공항을 짓고 기존의 터를 팔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기부 대 양여)으로 추진되는 만큼 별도 국가재정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예타조사 대상도 아니다. 민간 공항(1조4천억 원)은 국가 재정으로 건설하지만 대구시가 군 공항을 지으며 만든 활주로 등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예타조사를 하더라도 '통과'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다만 기존 터를 팔았을 때 일부 손실이 날 수 있으니 국비를 지원할 수 있는 '보증'이 필요했고, 예타조사는 면제해 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어 TK가 특별법 추진에 나선 것이다. 법안 제정도 '번갯불에 콩 볶듯' 이뤄진 게 아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8개월여 동안 정부 부처 관계자, 여야 의원들을 수차례 만나 설득했다. 과도한 특혜성 조문이나 다른 법·정부 계획 반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내용은 덜어내며 정부 부처와의 이견을 조율했다. 법안 통과의 최대 관문인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 심사를 앞두곤 관계자들이 밤늦게까지 마라톤 회의를 벌이며 조문 하나하나를 매만졌다.

2014년 대구시의 이전 건의서 제출로 시작돼 2020년 이전지 선정, 2023년 특별법 제정까지의 여정은 TK신공항을 향한 500만 시·도민의 염원이 동력이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떠나는 청춘들을 잡고, 신공항을 구심점으로 태어나는 자녀들이 세계를 향한 꿈을 품게 하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일부 수도권 정치인과 언론은 TK신공항을 정치 공항쯤으로 쉽게 얘기한다. TK신공항에 담긴 전후 사정을 모른 채 이뤄지는 폄훼는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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