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위작’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 비전문가도 알 수 있을 수준의 위작이었다?

기존 김진만 낙관과 전혀 다른 이름 새겨져있어
“초보적 실수…사실상 구입 과정에서 진위 검증 안돼”
해당 작품, 2020년 대구미술관·광주미술관서 전시돼

최근 두 차례 감정에서 모두 위작으로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 김진만의
최근 두 차례 감정에서 모두 위작으로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 김진만의 '매화'. 대구미술관 제공

'위작'으로 판명난 대구미술관 소장품(매일신문 4월 24일자 보도)이 비전문가도 알 수 있을 수준의 터무니 없는 증거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미술관은 최근 소장품 일부를 감정한 결과, 긍석 김진만의 '매화' 작품이 위작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24일 밝힌 바 있다.

매일신문이 입수한 해당 작품의 세부 사진을 보면, 김진만이 기존에 사용하던 낙관(작품에 자신의 호나 이름을 새긴 도장을 찍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대구의 한 고미술 전문가는 "김진만(金鎭萬)이 아닌 조용진(趙容鎭)으로 찍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만 선생이 기존에 쓰던 것으로 알려진 세가지 낙관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만 선생의 다른 작품들에 찍힌 것은 돌도장인데, 위작은 나무도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다른 전각 전문가도 "찍혀진 이름이 조봉진(趙鳯鎭)으로 추정되는데, 김 씨가 아닌 조 씨인 것은 확실하다"며 "긍석 낙관 역시 긍(肯)자의 윗부분 새김이 반대로 돼있다. 서예와 전각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긍석 김진만의
긍석 김진만의 '매화'에 찍힌 낙관. 전문가들은 김진만(金鎭萬)이 아닌 조용진(趙容鎭) 혹은 조봉진(趙鳯鎭)으로 추정했다.
긍석 김진만의 기존 작품들에 나타났던 낙관들.
긍석 김진만의 기존 작품들에 나타났던 낙관들. '매화'의 낙관과 차이를 보인다.
긍석 김진만의 또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낙관.
긍석 김진만의 또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낙관.

전문가들은 낙관만 제대로 봤어도 위작임을 알 수 있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구입 과정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서화를 연구해온 한 미술학 박사는 "대구의 위신이 떨어지는 아주 초보적인 실수다. 심의 과정에서 전문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구미술관이 세금을 들여 작품을 구입하면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미술관 측은 "이번 감정 소견서에는 위작 사유가 없고 진위 여부만 나와있다"며 "해당 작품은 행정적 절차에 따라 계약을 취소하고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작으로 확인된 김진만의 '매화' 작품은 2020년 대구미술관, 광주미술관 순회전으로 열린 '대구·광주 달빛동맹 교류전-달이 떴다고'에서 각 한달간 전시된 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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