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국은 어느 편이냐?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민간인 대량 학살 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시사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대만해협의 현상(現狀)을 무력으로 변경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우크라이나 분쟁에 공식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가 북한에 첨단무기 판매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솔한 언행' '한중 관계 악화에 기름을 붓는 짓' '외교적 자충수' 등 비판을 쏟아냈다.

일련의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이 논란의 발단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의도치 않게 중-러를 자극한 것이 아니라, 중-러에 '엉뚱한 짓 하지 말라'고 이른바 '쇼당'을 쳤다는 것이다. 일본어 쇼당(商談)은 화투판에서 내가 가진 마지막 두 장을 상대들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할래? 당신들이 결정해라'고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중국 중재로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 병력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최신 무기를 지원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발언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할 수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국익을 위한 '쇼당'인지, 자충수였는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만약 북한과 러시아가 병력과 첨단무기를 주고받고,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행사하는데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국익을 해치는 것이다. 중국·러시아와 적대 관계가 될까 두려워 침묵한다면 그다음은 우리나라 이어도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고 있다. '전략적 모호함'은 외교적 상황일 때나 통한다. 전쟁 상황에서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자면 '어느 한쪽 편에 설 때'보다 더 확실한 명분과 각오가 있어야 한다. 친구는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적은 우습게 여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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