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 모르는 꿈은 쉽게 무시당한다. 예를 들면 한적한 시골에 동네책방을 짓는다든가 하는 꿈. 통계상 동네책방은 2년 내로 절반이 망한다. 도심에서도 유지하기 힘든 동네책방을, 지하철 하나 다니지 않는 시골에서 어떻게 운영한단 말인가? 하지만 보란 듯이 역세권 없는 곳에 책세권을 조성하며 5년 동안 동네책방을 꾸려나간 이들이 있다.
박태숙 책방지기와 강미 소설가는 울산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며 인연을 맺었다. 어느날 박 작가는 강 작가에게 퇴직 후 집을 짓고 살 곳을 보여주었다. 치산서원 건너편 길가 반듯한 땅, 강 작가는 '찻집이라도 열어 함께 나누면 좋을 터'라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을 잊을 수 없었던 박 작가는 결국 그곳에 책방카페를 꾸렸다. 그 모든 과정이 '동네책방 분투기' 한 권에 정리되었다.
책에는 건물 설계, 땅파기부터 시작해 시공, 인테리어, 정원 설계, 참고할 만한 전국의 동네책방 이야기, 책방카페 운영법까지 5년 간의 시행착오를 담았다. 뒤따라올 새로운 책방지기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경험치를 나누고자 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시골 동네책방의 소소한 일상과 책방카페 바이허니에 애정을 품은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집 지을 땅이 있었고, 선생을 그만두었으니 집이나 지으려고 했어요. (중략)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계획대로 되던가요. 내가 살아온 어제의 결과가 오늘 드러나고 그로 인해 내일을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했고 국어 선생을 오래 한 '어제의 나'로 인해 집이 아니라 책방카페를 짓게 되었어요."(230쪽)
사람을 좋아하는 박 책방지기의 곁에는 늘 누군가가 있었다. 국어 교사일 때는 제자와 동료가, 책방지기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다른 책방지기와 이웃이 힘을 보태주었다. 건축 설계사와 정원 설계사는 상상을 실체화했고 가족과 친구, 손님들은 나누고 보태며 동네책방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책방카페 바이허니는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에 스며들었다.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함께라면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실용적인 동네책방 운영 노하우를 나누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꿈을 이뤄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세상 물정 모르는 꿈은 모두의 손을 거쳐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일이 되었다. 살면서 오롯이 혼자서만 해낸 적이 얼마나 있을까. 문득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박선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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