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료·소방 컨트롤타워 만들어 ‘응급실 뺑뺑이’ 막아야

대구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10대 학생이 응급실을 떠돌다 숨진 사건과 관련, 지역 병원들이 응급환자 이송 체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대구 6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동산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과장들은 지난 24일 회의를 열고, 119구급대의 이송 환자 수용 원칙을 마련했다.

핵심은 이들 병원 모두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송 병원 선정 권한을 부여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즉,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전산망을 통해 응급실 병상 여유, 이송 거리 등을 참고해 순차적으로 수용 가능한 병원을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비중증 응급환자의 경우에도 119구급대나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전산망으로 각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여유가 있는 곳으로 우선 이송할 수 있게 했다.

이번 이송 환자 수용 원칙은 6개 병원의 자율적인 합의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또 중증 응급환자의 실질적인 치료를 맡는 전문 진료과와 응급의료의 연계 방안이 빠져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 진료과가 응급의료 시스템에서 배제돼 있으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병원들이 '응급실 뺑뺑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구시, 대구소방본부, 병원들은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응급의료 협업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응급의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컨트롤타워는 환자 이송 주체인 소방본부와 치료 주체인 의료기관을 통합 관리하는 역할이다. 컨트롤타워는 두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야 하며,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한다. 또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 곤란, 불수용 사례 등을 상시(常時)로 조사·분석해 시스템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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