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총명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의 꿈은 용을 잡는 것. 하지만 용 잡는 법을 알고 있는 스승이 있을 리 만무했다.
천신만고 끝에 용 잡는 법을 가르쳐줄 스승을 찾은 소년은 10년 동안의 수련을 거친 뒤, 용을 잡기 위해 산과 들, 바다 건너 이웃나라까지 헤맨다. 그렇게 또 흘려보낸 10년의 세월. 청년이 된 소년은 어느날 깨닫는다. 세상에는 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청년은 어떻게 됐을까. 결국 산 속으로 들어가 용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스승이 됐다고 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어쩌면 우리 사회가 바로 용잡는 방법만을 가르치는 사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용잡는 방법이 언젠가는, 혹은 누군가는 유용하게 써먹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용잡는 방법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불필요하고 어려운 그것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작용하면서 생활에 꼭 필요한 방법들은 막상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못하는 것이 교육의 한 단면일 수 있다는 것.
지은이인 이승섭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학생처장, 입학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를 다방면으로 경험해왔다. 교육학자는 아니지만 교육자의 한 명으로 우리 교육 문제의 원인, 사회와 교육에 입시가 끼치는 영향, 그에 대한 해법을 오랫동안 고민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그는 우리 교육 문제의 원인으로 입시를 꼽는다.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깊이 생각하거나 그 개념을 이용해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교육은 이뤄질 수 없고 사교육이 넘쳐나는,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입시 만을 위한 교육이 팽배한 사회라는 것. 그가 이 책 제목을 '교육이 없는 나라'로 붙인 이유다.
이 교수는 입시가 사교육 문제뿐 아니라 이른바 '인서울'에 대한 집착, 대학 서열화 현상, 청소년 행복 지수 저하, 과도한 학습 피로도를 유발한다고 얘기한다. 이같은 문제의 폐해는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는 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앞사람 따라 산을 오르는 등산객처럼 선진국 뒤를 성실히 따르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식의 교육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덧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신중히 방향을 판단해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에 걸맞은 교육으로 바뀌어야할 때라는 것.
그는 4차 산업혁명 등 눈앞에 벌어지는 변화와 현상에 빠르게 대응하기보다 더 멀리 보면서 앞으로 일어날 어떠한 변화에도 잘 적응하고,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사회는 과거의 지식을 머릿속에 잔뜩 집어넣기보다 학생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나갈 수 있는 능력과 마음가짐을 심어주는, '대학에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회'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사회'다. 256쪽, 1만8천500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