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화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전 세계 전반적인 달러 약세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주요 통화 가운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342.87원을 기록한 데 이어 전날 대비 1.7원 오른 1,33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5.8% 올랐고, 연중 최저점인 지난 2월 2일(1,220.3원) 대비로는 9.6%나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27일 오후 3시 55분 기준 101.356으로, 지난 2월 2일과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8일 105.883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미국의 은행권 불안 여파와 침체 우려 속에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연말 대비 2.04%, 2월 2일 대비 3.79% 올랐으며, 위안/달러 환율이 연말 대비 거의 변동이 없고, 2월 2일 대비로는 2.83% 상승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원/달러 환율 강세 배경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 한국의 대중국 수출 둔화 등의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적자액이 4조6천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1분기에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인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클라우디오 피론 전략가는 원화 약세 배경 중 하나로 중국을 비롯한 대외 수출 부진을 꼽는 한편, 한중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 한해 대외적인 호재보다는 악재가 산적한 것도 문제다. 다음 달 한차례 정도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달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마무리했고, 연내 0.25%포인트(p) 정도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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