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시설 화재 안전대책 시급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 시설 대부분이 지하 주차장에 있어 화재 발생 시 대처가 매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보급 촉진법에 따라 100세대 이상 기존 공동주택은 2025년 1월 말까지 전체 주차면 수의 2% 이상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전체 주차면 수의 5% 이상을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시설 의무 비율이 늘어난 데다 근래에 건축된 아파트의 주차 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있어 충전 관련 지하 주차장 화재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방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기차에 불이 나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10배의 물과 10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하 주차장은 층고가 낮고, 기둥이 많아 대형 소방차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연기가 빠져나가기도 어렵고, 옆 자동차에 불이 번질 가능성도 높다.

공동주택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하 주차장에 설치하는 것은 변전 시설이 지하에 있어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우천 시 감전 불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점이 있더라도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서 충전 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상에 설치할 경우 우천 시 감전 사고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지붕을 설치하면 될 문제다. 지하 주차장 내 충전 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다면 수조 역할을 할 수 있는 물막이 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지난해 말 기준 39만 대가 넘는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충전 시설 설치는 의무화됐지만 그에 맞는 추가 소화 장비 설치는 의무화되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으로 증가했다. 그중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29건이었고, 대부분 충전 중 발화였다. 화재에 대비한 안전 대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충전 시설 늘리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또다시 보게 된다. 일이 터진 후에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는 말을 언제까지 반복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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