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연주 무산 논란을 빚은 '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 폐지 방침을 밝혔다. 상식적인 조치다. 자문위가 종교적 편향성을 이유로 시립예술단 공연 레퍼토리를 심의해 공연을 무산시킨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소지가 있기에 그렇다. 애초에 이 사안은 대구시가 한 달 이상 좌고우면할 일도 아니었다.
지난 3월 자문위가 수성아트피아 재개관을 기념하는 대구시립예술단 연주회 레퍼토리에 종교 편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건 것은 유감스러운 결정이었다. 시립예술단 종교 편향 안건에 대해서는 위원 가운데 한 명만 반대해도 부결되도록 만들어 놓은 조례가 문제였다. 명칭은 종교화합자문위인데 결과적으로 화합보다는 논란을 낳았다.
자문위가 심의를 통해 부결한 레퍼토리가 하필이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어서 이 사안은 큰 이슈가 됐다. 서양음악사에서 기념비적 명곡으로 손꼽히는 합창 교향곡을 특정 종교 찬가로 여긴 것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다. 합창에서 '신'이라는 가사가 나오지만 이는 특정 종교의 신을 나타내기보다 절대자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유럽연합(EU)의 공식 음악으로 선정된 이 곡에 종교 편향성 잣대를 들이댄 것부터가 무리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구 지역 음악예술인들이 반대 집회까지 연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예술인들의 표현 자유를 사전 검열이나 심의를 통해 옥죄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종교 편향 논란 때문에 대구에서 무대에 올리지 못한 사실은 전국적으로 웃음거리가 됐다. 대구가 자랑거리로 삼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임 밸류가 무색해졌다는 지역 예술계의 한탄마저 잇따랐다.
세금이 들어가는 시립예술단이 특정 종교에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예술은 태생적으로, 역사적으로 종교 혹은 시대 사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종교적 내용을 다소 담고 있더라도 음악은 무대에 올려지는 순간 예술적 가치를 가진 공연이 된다. 종교계는 예술에 대한 아량과 관용적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대구시립예술단이 기독교 음악은 물론이고 범패, 종묘제례악 등 동서양 음악을 눈치 안 보고 무대에 올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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