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다수결 만능주의, 민주주의 질식시킨다

김정은의 핵 위협을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국회에서는 낯뜨거운 장면이 펼쳐졌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단독 의결하고 반대 의견이 적잖은 방송 3법도 본회의에 회부했다. 민주당 주도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및 김건희 여사) 법안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같은 날 본회의에서 지정됐다.

간호법은 열악한 간호 환경 개선과 노인 인구 증가 등 보건의료 현장 변화상을 반영한다는 입법 취지가 좋지만 의료인 중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만을 위한 법이라는 형평성 시비도 많다. 의사협회가 강력 반발하는 현실적 이해 충돌도 있는 만큼 더 많은 논의 필요성이 있다. 본회의 통과 초읽기에 들어간 방송법 개정안 역시 공영방송 이사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추천권 대부분을 외부 이익단체에 부여, 편향성 시비를 키울 우려를 낳는 중이다.

민주당은 국익이 아니라 정파적 이익, 즉 표 계산에 몰두해 위험한 입법 폭주를 한다는 의심을 사왔다. 의사협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간호사법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간호사 숫자가 의사보다 4배나 많기 때문 아니냐"는 여당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연장선이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했던 임대차 3법도 세입자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집주인을 악마화하는 대표적 갈라치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 시장에 교란을 일으킨 임대차 3법은 전세시장의 대혼란을 야기했다.

민주당은 대중추수주의(大衆追隨主義)에 기대 다수결 만능주의를 통해 입법 횡포를 거듭해 왔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 작동 원리이지만 다수의 횡포를 정당화,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보충성의 원칙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리 옆에 항상 소수 존중이라는 가치를 동반시킨다. 선진국들이 양원제를 도입, 인구가 적은 지역의 대표성을 높이고 숙의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이유다. 다수결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절제된 다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수 여당은 이를 이끌어낼 힘이 없고 총선은 너무 멀리 남아 있다. 깨어 있는 국민이 여론의 질타력을 동원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민주주의의 실패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