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빈 방미] 윤 대통령, 하버드대 첫 연설 "허위선동·가짜뉴스, 디지털·모바일 결합해 자유 위협"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 주제 연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가 디지털, 모바일과 결합해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고, 그 결과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진행한 연설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지금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AI 기술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무엇보다 용기와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한국 현직 대통령의 첫 연설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날 연설에는 하버드대 학생, 교수진 등이 참석했고, 국제정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조세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연설 후 토론자로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인류의 역사는 곧 자유 수호와 자유 확장의 역사였다"면서 '자유의 가치'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다.

특히, 하버드대가 위치한 보스턴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기틀을 만든 과거 아메리카 대륙 개척자들의 흔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보스턴에는 자유의 길(Freedom Trail)이 있다.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개척자들이 자유를 이야기하고 토론을 벌이던 흔적이 그 길 곳곳에 묻어 있다"며 "이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기틀을 만들었고, 17세기에 성직자 양성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하버드가 그 중심에 있었다"고 했다.

또 미국에서는 기존의 자유방임이 19세기 후반 타인과 공존하고 연대하는 자유로 발전해 셔먼법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형성된 공정의 가치, 공정한 경쟁 원리는 미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이어 이날 연설에서도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일궈 온 중심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많은 사람의 숭고한 희생으로 지켜 온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예로 한국에서는 하버드생으로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윌리엄 해밀턴 쇼(William Hamilton Shaw) 대위에 대해 추모공원을 건립해 기억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날 연설에 참석한 쇼 대위의 며느리 캐럴 캐머런 쇼(Carole Cameron Shaw)와 손자 윌리엄 캐머런 쇼(William Cameron Shaw)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법을 위반한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다른 나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결연한 연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나라의 자유를 무시하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국제사회는 용기 있고 결연한 연대로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 태도의 결정판은 바로 북한이라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북한 내 인권 유린 상황도 참혹하다"며 "독재와 전체주의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자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디지털 심화에 맞춰 새로운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로 인류의 삶은 한층 편리해졌지만, 국가권력이 디지털 기술을 악용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는 등 부작용도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자유시민이 연대해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악용을 막아야 한다"며 "디지털 질서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후생을 극대화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특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 함께한 하버드인들도 자유를 위한 연대와 협력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조세프 나이 석좌교수와 토론하고, 강연에 참석한 학생 등과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앞서 하버드 메모리얼 처치를 방문해 인류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하버드인들을 추모했다. 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하버드대 졸업생 18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 앞에서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희생을 기리며 잠시 묵념했다.

메모리얼 처치 방문 후에는 로렌스 바카우(Lawrence S. Bacow) 하버드대 총장과 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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