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핵무장의 유혹과 함정

이용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미 양국은 '핵협의그룹 창설'과 '전략핵잠수함 한반도 전개'를 새로운 내용으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결실을 두고 그 평가가 분분하다. 사실 미국의 지상 발사 전술핵무기의 유한성과 국제 핵 질서라는 관점에서 보면, '워싱턴 선언'은 그 나름 최선의 방안을 찾았다고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안전 조치인 핵무장을 주장한다. 핵무기를 보유하기만 하면 북한의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벗어날 수 있고,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군사 강국이 될 것으로 이해한다. 핵무기 보유가 곧 도깨비방망이처럼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핵무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942~45년에 시행되었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은 약 13만 명이며, 약 20억 달러(2023년 환산 가치로는 330억 달러)가 소요되었다. 한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에 비추어 보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핵무기 개발계획은 1~2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도깨비방망이 같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국가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였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신이 보유한 6개의 핵탄두를 1993년에 폐기하였다.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은 핵무기 개발 단계에서 외부의 힘에 의해 자신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였다. 또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웨덴, 스위스, 한국(1970년대), 대만, 알제리 등은 핵무기 개발 단계에서 스스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인도의 핵무기 개발 과정으로부터 교훈을 얻자. 1974년 핵실험을 시행한 이후부터 미국의 제재가 해제된 1998년까지 인도의 국민은 굶주림에 고통받아야 했다. 금지된 핵무기를 보유하였기 때문이다. 국민의 굶주림과 핵무기 보유, 어느 가치가 우선할까?

핵무장은 인도의 경우처럼 몇 가지 함정이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위반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의 존재이다. 오늘날 9개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핵무기가 유럽의 5개 국가에 배치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만을 합법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핵무기 보유국(이스라엘 제외)은 한결같이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 힘겨운 세월을 보냈다.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곧 다른 국가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사실 또한 매우 역설적이다. 예컨대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 일본 등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하는 논리이다. 결국 동북아시아에서의 핵 도미노를 유발할 것이다.

핵무장의 유혹에 함정이 많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 시점에서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여야 하고, 또한 국가 이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 핵 자산의 효과적 활용, 사드 배치 확대를 통한 요격 시스템의 고도화, 민방위 강화, 재래식 전력 첨단화 등의 노력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에는 유혹과 함정이 있다. 어느 것을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고수의 방책이라는 것은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으로부터 위협받음 없이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련의 조치로부터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의 위협을 읽기 시작한다면, 이미 그것은 하수의 방책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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