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업황 악화로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5천800억 원 적자를 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6천900억 원), 2009년 1분기(-7천100억 원) 연속 적자를 낸 이후 14년 만에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1분기 3조4천23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제조업 생산의 10%,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실제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 무역수지가 작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쌓인 무역적자가 265억8천400만 달러로,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더 큰 걱정은 향후 전망마저 어둡다는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은 2분기는 어림없고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우리 반도체는 미·중 기술 분쟁의 한복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떠안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보이지 않았다. IMF는 반도체 업황 부진을 이유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25년 전 외환위기 직전에도 반도체 경기가 최악이었다. 반도체 위기를 해당 기업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 하강 국면은 기업의 저조한 투자, 제조업 부문의 임금·고용 감소를 동반한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악재들만 쏟아져 어디 기댈 곳 하나 없다. 국가 경제를 떠받쳐 온 반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 모두가 긴장해야 할 때다. 반도체 기업들의 위기 돌파 노력이 선행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반도체 위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야당도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과 같은 반기업 조치로 기업의 목줄을 죄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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