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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TK신공항 사업의 낙수 효과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1990년대 대구에는 '빅3'라 불리던 건설사가 있었다. 청구·우방·보성이다. 지방에 본사를 뒀지만 전국에서도 알아줬다. 당시 대구 '빅3'가 짓는 아파트들은 수도권에서도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수도권 대형 건설사가 대구에 지은 아파트에 '청구'라는 브랜드를 붙여 분양한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대구 건설 빅3는 IMF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외지 기업에 넘어갔지만 이들 회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건설은 섬유와 함께 대구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당시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대구는 3위 도시 자리를 지켰다. 빅3의 몰락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구 경제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대구경북의 건설 시장은 외지 업체 잔치판이 됐다. 외지 대형 건설사들은 대구경북 아파트 건설 시장을 잠식했으며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마저 쓸어 담았다. 지역민 호주머니와 지자체에서 나온 돈들이 건설 시장 창구를 통해 역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지금도 대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의 92%는 시행사가 외지 업체다.

한데 지역 아파트 건설 시장이 이렇게 외지 기업 잔치판이 됨으로써 그나마 대구 경제가 부동산 시장 충격을 덜 받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대구는 현재 아파트 미분양 전국 1위 도시다.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 대부분을 지역 건설사들이 떠안고 있었다면 대구 경제는 아마도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공포가 드리웠을 것이다.

대구경북 건설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 경제계를 들뜨게 하는 초대형 호재가 떴다. 대구경북신공항(TK신공항) 사업이다. 대구경북이 생긴 이래 최대 규모의 SOC사업으로, 공항 이전 및 건설과 후적지 개발, 연결 도로망 구축 등을 다 고려하면 산업 유발효과가 수십조 원이라고 한다. 가히 지역 경제계 지도를 바꿀 만한 대역사(大役事)다.

TK신공항 사업은 대구경북을 업그레이드시킬 절호의 기회다. 공항을 잘 지어 대구경북 발전의 전진기지로 삼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이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승수 효과와 낙수 효과도 제대로 얻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TK신공항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건설은 특성상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크다. 이런 매머드급 사업이 역외 기업 잔치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대구경북 건설사들이 원청이 되어 신공항 사업에 많이 참여할수록 지역의 수많은 군소 협력업체들이 수혜를 입게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역 건설사들이 신공항 사업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줘야 한다.

지역사회의 관심도 중요하다. 앞으로 대구도시철도 4호선, 군부대 이전, 옛 경북도청 후적지 개발,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등 대형 SOC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놓쳐서 안 될 사업들이다. 앞으로 10년 이상 사업이 진행될 텐데, 지자체장이 한 약속이 나중에 '늘공'(직업 공무원)들에 의해 흐지부지되는 일이 없도록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건설사들의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지역사회가 밀어주기로 마음먹은 만큼, 지역 건설사들은 기술 역량을 끌어올려 책임 시공으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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