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다시 중심에 우뚝 설 기회가 왔는데 남의 잔치가 되게 해선 안 되죠."
김흥수 ㈜이명E&C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대구에 본사를 둔 이명E&C는 2005년 건축설계와 감리 전문회사로 출발해 현재 건축과 토목, 기계와 전기를 아우르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건립 공사 설계, DGB대구은행 제2본점 신축 공사 설계 등으로 대구광역시 건축대상을 받은데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사우스 터미널 건축설계, 아부다비 합샨 지역 가스플랜트 공사와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KNPC)의 클린 퓨얼 프로젝트의 플랜트 설계에 참여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췄다.
이력서 상으로는 자부심 몹시 강할 것 같은 김 대표에게 대구경북 업계가 신공항 설계 단계부터 참여할 역량을 갖췄는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지역 업체가 설계 단계에 참여할 수 있겠나?
▶공항을 설계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 몇 군데 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서울에 있는 메이저 업체만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공항을 새롭게 만든다는 게 공항 시설만 짓는 게 아니지 않나. 기반 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야적장이라든지 정비시설, 물류 창고, 도로, 철도, 배후 산업단지 등 단계별로 지어야 할 게 많다. 이 모든 걸 한 군데서 할 수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공항 자체도 자세히 들어가 보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기본설계가 활주로 등 공항 운용에 핵심이라 대구경북이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공항에 관련된 기기, 통신, 설비, 터미널 관련 각종 설계 등은 지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역량도 갖췄다.
이종원 화성산업 회장이 인터뷰에서 "신공항 공사는 전략적으로 향토 건설사가 설계 단계 때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그러면 대구경북 업체가 여기에 연계해서 참여를 검토할 수 있는 사업도 많아질 것"(매일신문 4월 21일 자 13면 보도)이라고 했는데 이 말대로 지역 업체가 설계 단계에 서울 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시너지도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문제는 참여할 수 있느냐가 아니겠나?
▶입찰에서 지역 업체가 많이 들어갈 수 있도록 어드밴티지를 주어야 한다. 그런 부분은 아마 대구시에서도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 않겠나.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이에 관련된 각종 공사가 침체한 대구경북 건설업계를 활성화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설계와 시공에 참여함으로써 전체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에 이처럼 큰 프로젝트가 나오는 일이 없다. 설계가 됐든 시공이 됐든, 후적지 개발이 됐든, 인프라 구축 사업이 됐든, 대구경북으로 봐서는 어마어마한 공사다. 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요 사업 시행자가 될 텐데 지역 업체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배려를 요구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구경북신공항이 들어설 자리, 그리고 공항 배후지역에 펼쳐질 각종 사업지가 대구와 경북이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이 함께 잘 되어야 한다는 뜻은 확실하다. 다만 대구 업체와 경북 업체는 업계 환경도, 이해관계도 완전 다르다. 설계와 시공 모든 분야에서 부딪힐 수 있다. 이처럼 앞으로 있을 여러 가지 충돌에 대비해 문제를 원만하게 잘 풀어주는 게 숙제라고 본다.
-이명E&C도 신공항 사업에 참여하고 싶나?
▶당연히 관심을 두고 있다. 주변에서 회사를 서울로 옮기라고 했지만, 천성이 촌놈이어서인지 고향이 대구라서 한 번도 본사를 옮긴 적이 없다. 그런 점이 회사를 키우는데 한계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구에서 국내외 철도, 플랜트 등 다양한 설계에 참여하며 실력을 쌓았다. 대구에도 이렇게 뚝심있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니 내 고향에 이런 호재가 왔을 때 그간 쌓은 실적과 경험을 밑거름으로 삼아 참여해보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리고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 개인도 회사도 모두 영광이다.
그리고 조금 넓게 보면 신공항 사업이 향토 건설업계의 활로에 그치지 않고 시너지를 낳았으면 한다. 이걸 계기로 많이 침체한 대구가 활기를 띠고 다시 대한민국 중심에 서야 한다. 멋지게 만든 공항으로 외국 유수의 기업이 대구경북으로 몰려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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