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업자는 부실 공사하고 공무원은 대충 점검하고…세금이 녹는다

대구 서구청이 발주한 아스팔트 포장 공사에서 부실 시공 정황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한다. 감사원 정기 감사 결과 서구청 업무 담당자들이 품질관리 시험 성적을 받지도 않은 채 업자들이 제출한 아스팔트 시공 전후 사진만 믿고 준공 허가를 내준 사실이 대거 적발됐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사회간접자본 관급공사가 규정대로 안전하게 지어지는지, 세금 누수는 없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것은 공무원의 기본적 책무다. 그래야 세금 낭비 없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서구청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주한 아스팔트 공사 현장에서 110개 샘플을 채취해 검사했더니 그중 59%가 시공 기준에 미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관급공사 참여자들이 부실 시공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무원들 태만이 한몫했을 것이다. 이번에 서구 관내 아스팔트 부실 시공에 연관된 업체가 12개나 되고 전체 공사비가 101억 원에 달한다는데, 해당 구간 도로는 보완 및 재시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무원의 업무 소홀이 막대한 혈세 이중 지출과 시민 불편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서구청은 업무 과중 및 미숙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이것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감사원의 무작위 샘플 조사로 이런 부실 시공 사례가 적발됐다면 전수조사 시 더 많은 유사 사례가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서구청은 말할 것도 없고 대구의 다른 지자체 등 전국으로 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대한민국에서 관급공사 참여 업자들의 눈가림식 공사와 공무원 직무 태만 등 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혀를 찰 노릇이다. 부실 시공을 하다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관급공사에서 큰 불이익을 받도록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할 필요가 있고 업무를 소홀히 한 담당 공무원 문책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보다 더 안전해지고 세금 누수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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