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52조 빚더미에도 임직원 연봉·성과급 잔치한 가스공사

막대한 '빚더미'에 앉은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전년보다 30%나 오른 연봉을 받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대구에 본사를 둔 한국가스공사 상임 임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7천148만 원으로 1년 만에 30.1% 증가했다. 정규직 직원 연봉도 6.6% 상승해 9천371만 원을 기록했다. 액수와 상승 폭 모두 공공기관 평균(7천만 원, 1.4%)을 크게 상회했다.

가스공사 부채는 지난해 52조 원까지 불어났고, 부채비율은 499.6%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가스공사는 비싼 값에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지난겨울 서민들에게 난방비 폭탄을 안겨줬다. 지난해 4차례나 가스요금이 인상됐고 올해 또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런 마당에 가스공사는 연봉 인상도 모자라 기관장과 직원들에게 각각 6천166만 원, 440만 원의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가스공사 임직원 연봉 상승과 성과급 지급은 2021년 경영 실적 평가에서 보통(C)을 받아 등급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점 만점인 경영 실적 평가에서 재무 예산 운영·성과는 고작 5점에 불과하다. 심각한 재무 위기에 처한 공공기관이더라도 채용이나 지역 발전 등 다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22년 기준 공공기관 부채가 670조 원이나 된다. 역대 정부마다 강도 높은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외쳤지만 헛구호에 그쳤다. 공공기관 부실을 메우는 데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가스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은 '임금 파티'를 벌이고 있다. 공공기관에 부여된 공적 책무를 내팽개친 일탈 행위임에 분명하다. 192조8천억 원의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과 발전 공기업 임원들은 가스공사와 같은 C등급을 받았지만 성과급을 반납했다. 지난해 임직원 임금 상승분 반납도 검토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어떤 결정을 할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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