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후 2시라예? 아이고 내 한글 수업 들으러 빨리 가야 한다."
지난달 대구 서구 원고개도서관. 1층 어린이 열람실 의자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던 한 할머니가 대뜸 사서에게 시간을 묻고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오후 2시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어르신 한글 교실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것.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자 나선 어르신들이 지역 도서관에 몰려들면서 한글 교실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대구 도서관들이 어르신을 위한 공간 조성이나 프로그램 운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출판사까지 어르신 인지 저하 예방을 돕기 위한 전용 이야기책을 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서 출판 지성사는 2018년부터 '손녀의 돌 사진', '외갓집 추억', '누렁이' 등 어르신들의 회상을 도울 수 있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된 '어르신 이야기 책' 55종을 발간하고 있다. 출판사에 따르면 해당 시리즈 책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개발됐다.
어르신 이야기책은 노인들의 인지 저하 완화 및 예방에 필요한 지적 활동을 돕기 위해 개발됐다. 노인이 읽기 편하도록 큰 글자로 구성됐으며,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옛이야기를 담았다. 또 그림책에는 어르신이 직접 글을 지어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한 줄 글이 제시돼 있으면서 성인 한글학교 등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어르신들의 독서 욕구가 커지면서 지역 도서관들도 어르신 한글 교실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구의 한 도서관 사서는 "생각보다 대구 지역 내 문맹인 어르신들이 많다. 글을 읽지 못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과거에는 도서관에 얼씬조차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한글 교실이 많아지면서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며 "한글 교실 수업을 듣기 위한 어르신들 열정이 대단하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도서관을 찾아 한글을 배운다. 홀몸노인들의 우울증과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서관들이 별도의 치매정보 코너를 만들어 치매 관련 책을 구비해두기도 한다. 지난해 대구시는 지역 13개 도서관을 '치매안심도서관'으로 지정하고 각종 치매 예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지정 치매안심도서관은 ▷시립중앙도서관(중구) ▷시립동부도서관(동구) ▷원고개도서관(서구) ▷시립남부도서관(남구) ▷시립북부도서관(북부) 등이다.
하지만 도서관 내 어르신을 위한 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노인들을 위한 독서 보조기기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최근 전국 공공도서관 27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독서 보조기기를 보유한 공공도서관은 전체의 40.8%에 그쳤다.
도서관에서 독서 보조기기를 자주 이용한다는 어르신 A(78) 씨는 "도서관에 독서 보조 기기가 2대밖에 없어서 간혹 자리가 다 차 책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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