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창 성수기인데"…코로나19 후유증에 '울상'인 전세버스 업계

코로나19로 기사들 대거 이직·퇴직…인력수급 여전히 불안정
지난 3년간 4곳 폐업…올해도 4개 업체 경영악화로 기로에 서

지난 28일 오전에 찾은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전세버스 차고지.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았지만,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몇몇 버스들은 번호판도 떼어둔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김주원 기자
지난 28일 오전에 찾은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전세버스 차고지.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았지만,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탓에 몇몇 버스들은 번호판도 떼어둔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김주원 기자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전세버스 차고지는 주차 칸마다 운행하지 않은 버스가 자리를 채웠다. 봄 성수기를 맞아 차량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몇몇 버스는 아예 번호판까지 떼어 놓았다. 차량 보험료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전세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한모(60) 씨는 "예전에는 4~5월이면 차가 부족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버스 20%는 차고지에 그냥 서 있다"며 "코로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희망을 품었지만,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은 전세버스 업계가 여전히 '울상'이다. 체험학습이나 단체 관광객 등 전세버스를 찾는 수요가 일부 회복되어도 코로나19로 떠나간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아 운행을 중단한 버스가 많았다. 유가와 인건비도 오른 탓에 업계 전체가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전세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대구에 등록된 전세버스는 2019년까지 2천200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난 2월 기준 1천650대로 25% 줄었다. 기사 수는 1천450명으로 버스보다 200명 부족하다. 이마저도 전체의 70%만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은 일용직이나 촉탁직으로 간신히 메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전세버스 기사들이 화물이나 시내버스 등 다른 업종을 옮겨가거나 대거 그만두면서 나들이 철에도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세버스를 찾는 수요도 완벽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단체 관광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당일 여행이나 대구 근교로 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대구전세버스조합이 올해 1월 회원사 52개 업체 가운데 5곳을 선정해 표본조사 한 결과 2019년 5개 사 합계 100억원이 넘던 매출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유가와 인건비 상승, 인력수급 차질 등 악재가 잇따르자 폐업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4개 업체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사업권을 양도하거나 폐업했고, 올해도 남은 52개 업체 가운데 4개 사가 경영악화로 문 닫을 위기다.

전세버스 조합은 감차에 따른 보상지원금과 유가 보조금 등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지난해 10월처럼 전세버스 대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가을을 맞아 등산객 등 나들이 수요가 급증했지만, 전세버스를 구하지 못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원식 대구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전세버스도 대중교통의 하나로서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지난 3년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전세버스 운영에 관한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지난 3월 국회를 방문해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만나 유가 보조금이나 한시적인 취득세 감면 등 업계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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