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어린이 청소년극연구소 개발 작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예술지원 선정 작품인 신진호 연출에<소년대로>(작, 고정민, 극단 비밀기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청년들이 더 이상 한국 사회 희망대로로 전진할 수 없는, 소외된 아웃사이더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신진호 연출은 극단 비밀기지를 통해 집중적으로 청소년 연극에 관심을 보이며 무대화 하고 있는 작가이자 연출이다. 두산아트랩 <종이인간>(2018) 연출을 시작으로 <낭떠러지의 착각>, <햄릿연습>(2018),<모지리들>(산울림고전극장, 2020), <카르타고>(2021), <사라의 행성>.(봄작가 겨울무대,2022),<라이더_On the radar),<잘나가는 웹툰>을 연출해왔다. 고정민 작가는 제13회 대산대학문학상 <초상, 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소년대로>(2023), <율구>(2018), <환상회향>(2021)과 청소년극 <라이더- On the radar)를 써왔다. 시내 어디쯤, 서울 한복판대로(大路) 주변부로 밀려나 습한 연립주택 반지하에서 모여 사는 극중인물 세훈( 최호영 분), 경선(조혜안 분)은 보육원 출신이고 민(이은지 분)은 가출 청소년이다. 은아( 조수연 분)은 보육원에서 살아가며 고양 이탈을 쓰고 전단 알바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 출구없는 <소년대로>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무대는 이들이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주변 대로처럼 구조화되어 있다. 주류로 편입 될수 없는 변방들의 삶처럼 무대 좌측 편으로는 반지하 방으로 보이는 공간이 개방적으로 드러나 있고 그 위쪽은 집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통로로 이어지고 있다. 우측 하단은 마트와 특정 장면 공간으로 활용되고 계단 위는 거리가 된다. 좌, 우측 사이는 7~9미터의 대로변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되어 있고 관객은 그 대로변(교차로)을 마주하고 극을 볼 수 있는 구조다. 마치 한국 사회 대로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들 삶을 서로 아이컨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공간은 반지하 방과 대로의 공간이 되는데, 일식집과 거리, 마트, 모델 등으로 무대 활용 폭이 넓다. 눈에 띄는 것은 밖 대로변에서 연립주택 반지하로 들어가는 공간 처리다. 조명으로 몸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골목 통로를 처리하고 극 중 인물들은 반지하 방으로 나오고 들어갈 때 협소한 골목 안 반지방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구겨진 삶을 신체로 표현하고 처리하고 있다. 그 설정만으로도 희망대로가 막혀 있는 막다른 한국 사회 대로변 주변으로 살아가는 것을 상징시키는 은유의 미장센이 간결하게 표현된다.
어느 날부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의사가 꿈인 철수(한성현 분)는 칼을 넣고 다니며 합류(合流)해 살게 되고 세훈은 "가난 체험하러 왔냐"며 빈정거린다. 철수는"여기는, 냄새가 나거든요"하며 가출팸이 된다. 경선은 보육원 자립금으로 방을 얻어 마트알바로 억척스럽게 살아가고 세훈은 한 푼도 안 쓴다는 반지하 방 규칙을 만들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생활비를 아껴 쓰는 짠돌이다. 그의 대사처럼 "왜 우린, 돈이 있어도 없어도 가는 덴 똑 같냐" 아낀 만큼 달라질 수 없는 삶이다. 반지하 방 창문으로 스며드는 것은 밝아질 수 없는 삶의 빛과 대로변의 소음들로 채워진다.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한국 사회 대로는 자본의 벽으로, 특수한 계층의 벽으로, 학력과 신분의 벽으로 가로막혀 통로가 붕괴 되어 가는 절망의대로다. 반지하로 희망이 스며들지 않은 습한 방은 좁은 골목 통로처럼 절벽에 서 있는 인생이면서도 사랑과 우정만큼은 짠하다. 작가는 이들 삶으로 몇 가지 갈등을 설정해 밀어 넣고 극을 연결하고 있다. 관계설정이다. 세훈을 마음으로 좋아하는 경선 사이에 은아와의 갈등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분위기를 연결하고 이러한 문제로 세훈은 방을 얻을 때 보탠 돈을 들고 집을 나가게 된다.
두 번째는 윗집 주인 아들(우윤구 분)과 반지하 방과의 불평등구조의 대립적 관계이다. 윗집은 이들한테 월세를 받으면서도 주인의 권리는 폭력이 되고 청소년들이 희망대로로 탈출할 수 없는 반지하 방을 생산하고 삶을 고립시키는 자본의 습한 벽이다.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윗집 주인은 가출 청소년 민을 돈으로 성을 매수해 원조교제를 즐기고 그 폭력적인 장소는 이들이 사는 반지하 방이다. 작가는 희망은 균열 되고 탈출할 수 없는 이들을 향해 이들 삶과 동일한 버려진 검은 고양이(포우)를 설정해 '반려묘'는 아프면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세훈의 반대에도 포우는 가족이 된다. 이들한테 가족은 결핍의 존재로 낯선 소외의 공동체가 되면서도 고양이포우를 통해 가족의 온기를 체험하게 한다. 포우가 한방에서 살면서 윗집은 한집에 살아가는 고양이를 집에서는 기를 수 없다며 "이 연립주택은 혼자 사는 데가 아냐 다들 양보하면서, 배려하고 조금 뒤로 한 발씩 빼면서 모두 눈치 보면서 그렇게 모여 살고 있어(중략) 방값도 몇 주나 밀렸으면서 딱한 사정 듣고선, 방도 내준건데, 알고들 있지?" 연립주택은 한국 사회의 모형이다. 윗집이 말한 대로 배려와 양보를 필수적인 삶의 공동체인데도 그 삶을 자본의 폭력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은 윗집이다.
윗집은" 난 이 지하 방 냄새가 너무 싫어. 창문 좀 열어!"라고 경선한테 말하는 건물주의 태도를 보이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가 사라질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모순과 현상을 투영하고 있다. 여전히 소년대로는 보육원 출신으로는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통제된 대로이며 일부 가출 청소년들은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구조다. 이들에게 절실했던 것은 가족의 온기와 사랑이었을까. 새끼 고양이를 삶의 대로변으로 양산(量産)하는 캣맘(조하나 분)을 등장시킨다. 캣맘은 마치 대로변에서 살아가는 노숙자처럼 설정하면서도 유모차에는 고양이가 실려있고 먹이만큼은 풍부하게 챙길 만큼, 캣맘의 집착과 사랑은 인간의 사랑과 동일시된다.
◆ 연출의 감각, 작가의 '포우'와 '캣맘'
건물주한테만큼은 막말할 정도로 거칠면서도 포우를 기르는 이들한테만큼은 친절한 캣맘이다. 고양이는 가족이며, 고양이 한데만큼은 헌신적인 사랑을 보이는데, 절망의 대로를 희망대로로 연결하는 구원자로 환류될 수 있다. 고양이들이 한국 사회 대로변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은 가족이 붕괴하고 공동체 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무감각해지고 있는 시대를 향해 포우를 사회적으로 표상 할 수 있는 온기를 투영하고 있다. 이것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사회의 관심이다. 포우를 통해 세훈, 경선, 민, 철수가 가족이 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는 포우를 통해 소외된 이들을 향해 가족을 형상시키고 연출은 고양이를 조명으로 형상화하면서 포우의 존재를 관객의 내면으로 스며들게 해 반지하 방과 좁은 골목 통로와 대로변으로 이어져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더 이상 달라질 것 없는 한국 사회 <소년대로>의 사회문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은아 (조수연 분)'을 통해 선명해진다. 여전히 보육원을 나올 수 없는 은아는 세훈의 돈을 훔쳐 모텔방을 나가고 보육원 선생님들의 돈을 가지고 보육원을 뛰쳐나와도 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 탈을 쓰고 거리에서 전단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고립된 삶이며 민이와 반지하 방에서 변태적인 욕망을 채우는 윗집 주인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러한 <소년대로>들이 살아가는 삶에 작가는 캣맘과 포우로 사회 온기를 채워 넣고 연출은 마지막 장면까지 포우의 존재를 환기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 캣맘과 포우는 누구일까.
세훈의 대사가 생각난다. " 우리처럼 돈 없는 사람은 시내백화점에 가도 어디 갈 데가 없어, 아무 곳이나 들어가 무엇도 할 수 없으니 계속 걸어만 다니는 거야. 큰 도로 대로에 서서,(중략) 어제 오늘도 안됐으면 우리 인생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러니 변해야지. (중략) 이 세상도 한 방 먹일게 필요해. 돈 모아야 해. 그래서 주식 할 거야. 코인 할거야. 부동산, 아파트는 비싸서 못 사니깐. 유명한 정치인, 사업가도 이제 그러래. 근데 돈 없어. 그래서 내 인생 바꿀 기회도 시간도 주어지지 않아." 연극<소년대로>은 이들의 살아가는 삶을 한국 사회 대로로 연결하는 연출 감각이 돋보였고 좌우 공간을 구분해도 그사이를 좁은 골목 통로와 반지하 방, 밖 대로변으로 연결해 마치 거미줄처럼 엮인 절망의 대로를 형상화하면서 장면을 연극적으로 공간화하는 감각이 좋다. 배우들의 연기는 삶 그대로였고, 특히 최호영 배우의 연기가 반지하 방의 대장처럼 극을 안정감 있게 끌고 갔다. 감각이 좋은 배우다. 아쉬운 점은 이들 삶에서 '희망대로'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 포우를 안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으로는 <소년대로>의 의미가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마지막 장면처럼 캣맘이 " 너는 누구니"라고 말하고 은아가 고양이 탈을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삶에 관한 관심이 사회 공동체로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은아의 삶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포우의 존재를 한 번 더 해석되길.
김건표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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