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두 개의 나라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얼마 전 저녁 식사 모임에서 만난 대구 출신 재미 사업가 A씨는 "여권을 신청하고 왔다"고 했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1980년대 미국으로 떠난 그는 오랫동안 사업을 하면서 미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이제 나이도 들었고 대구에 자주 오기 위해 우리 국적을 회복한다고 했다.

"이중국적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65세 이상은 우리나라 국적법상 복수국적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자료를 검색해 보니 정부는 2011년 1월 국적법을 개정, 65세 이상 재외동포로서 국적을 회복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복수국적을 허용했다. 65세가 넘은 A씨도 복수국적 취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는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가 너무 살기 좋은 곳이고 우리 국력도 세져 국적을 회복하면 여러 장점을 누린다고 했다. "브라질을 가려고 해도 미국 여권으로는 비자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여권을 가지면 브라질은 무비자 통과다. 최근 경험한 대구시청 민원실의 친절도와 업무 처리 수준 역시 최고였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권 하나 만드는 데 6개월씩 걸릴 정도로 행정 업무 처리 수준이 답답한 지경이다." A씨의 모국 칭찬은 끝이 없었다.

A씨처럼 많은 재외동포들이 복수국적 취득을 원한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호주 등 선진국 동포 사회에서의 복수국적 취득 요구가 가장 많다. 동포 사회는 '65세 기준'을 더 낮춰 달라는 목소리도 낸다. 병역 의무 만기가 만 38세이니 그 이후 연령인 40, 50대로 낮추면 훨씬 많은 동포들이 복수국적을 취득, 모국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병역 회피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복수국적의 문을 크게 열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나라는 복수국적을 허용 중이다. 가급적 자국민의 국적을 상실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세계 각국의 보편적 행보다. 복수국적 확대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고 투자 유치까지 부를 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미국 브로드웨이의 스타라이트 델리 경영주 같은 사람들이 귀국해 여생을 보내는 기회도 제공 가능하다. 보다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국적 제도를 우리도 이제 가질 때가 됐다.

최경철 논설위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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