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준 123만8천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 1차 모집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올해 26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조합원 1천 명 이상 노조 334곳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지나친 노조 간섭이라며 본부 차원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노총 본부를 포함한 52개 노조는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 노조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은 당연한 조치이다.
한국노총은 "노조를 돈으로 길들이려는 치졸한 수작"이라고 반발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 국고지원금은 세금이고 세금을 쓰는 단체는 민간이든 공공이든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게 싫다면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 민주노총은 연맹 차원에서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 돈은 1천50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를 누가 어떻게 썼는지는 조합원들조차 잘 모른다. 그런 만큼 국고지원금이 한국 노조의 병폐인 불법 파업, 강경 투쟁, 정치 선동에 쓰이거나 노조 간부의 호의호식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국고지원금 사용 내역 공개 거부는 세금 도둑질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정당한 노조 활동에 쓰였다면 사용처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노조는 노조의 자산과 부채, 수령금과 그 출처, 총액 1만 달러(약 1천288만 원) 이상을 수령한 조합 임원, 노조 직원에게 지급된 봉급과 기타 지불금 등을 명시한 연차회계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반드시 제출해야 하고, 제출된 보고서는 누구든 열람 복사할 수 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 개혁의 출발점이다.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는데 국민에게 세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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